안기부 전 운영차장 김기섭씨의 이권개입설 등 항간에 제기되고 있는 그의 실정법위반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 여부와 국회국정조사의 증인채택 여부가 가파른 대치정국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결론부터 얘기하면 우리는 김씨에 대한 세간의 각종 의혹과 혐의에 대해 검찰은 검찰 나름대로, 국회는 국회차원에서 한점 의혹없는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김씨를 조사해야 할 이유는 간단하다. 김씨는 한보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의 각종 국정개입 의혹의 배후 연계인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검찰의 김현철씨에 대한 수사결과가 일반으로부터 아무런 공명을 얻지 못하고 있는 차제에 검찰이 김씨에 대해서마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김대통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현정부의 국정난맥상에 대한 척결의지는 결국 공염불로 끝나고 말 우려마저 있다. 이는 진상은 반드시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는 민심과도 너무나 동떨어진 일이다. 적당한 선에서 민심이 수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면 이는 지나친 낙관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간의 보도에 의하면 김기섭씨는 김현철씨의 측근중의 측근으로 되어 있다. 이런 김씨에게는 그동안 자신이 직무상 얻은 내부정보를 공식보고채널이 아닌 김현철씨에게 제공하고 정부요직 인사 등에 개입한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왔었다. 심지어 문민정부 최대 이권사업이라는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 선정에도 개입운운의 소문마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끝도 없는 의혹들을 걷어내기 위해서도 조사는 불가피하며 김씨 스스로도 이런 의혹들에 대해 해명할 의무가 있다.
비록 안기부가 지난달 28일 김씨 자신의 의사를 수용해 의원면직했지만 이 또한 다소 성급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안기부는 소속직원의 비리혐의에 대해서는 자체조사기능을 갖춘 감찰실이 있다. 그럼에도 김씨를 싸고 도는 항간의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의 조사도 없이 그를 면직시켰다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결국 김씨에 대한 의혹의 확인 여부는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온 셈이다.
검찰이 비리의혹과 비리관련설만으로 조사에 나서기는 어려운 입장을 밝히고 있는 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또 구체적인 범죄혐의가 포착되지 않고는 조사착수가 어려운 고충도 이해 못하는바도 아니다. 그러나 김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잠재우지 않고는 현재의 국면을 전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김대통령의 담화발표를 의미있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김대통령은 집권 4주년에 즈음한 사과담화를 통해 「어느 누구도 비리수사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바 있다. 만약 여당이나 검찰이 김씨에 대한 조사착수로 소강국면의 김현철씨 문제가 재연할 것을 우려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는 일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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