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인선 따른 잡음해소 “귀 활짝”/예측 가능한 정치 정착은 미지수신임총리에 내정된 고건 명지대 총장이 연일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는가 하면 김용태 대통령비서실장의 이름이 발표 며칠전부터 언론에 거론되는 등 김영삼 대통령 인사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철통보안이 변하는 느낌을 주고 있다. 고총장은 애써 기자들을 피하려 하지 않으면서 총리직 수락에 따른 착잡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한동 신한국당 상임고문도 대표직 기용과 관련한 언론의 집중 질문에 강한 부인을 하지 않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전례가 없던 일들이다. 철통보안을 자랑하던 김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급선회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은 그동안 오랜 반독재 투쟁과정에서 몸에 익힌 비밀주의를 통해 세간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묘미를 즐겨왔으나 이제 반공개적인 여론 검증을 앞세우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과 당정개편을 앞두고 「검증받은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내심을 측근들에게 밝힌 바 있다. 자신이 대국민 사과담화에서 공언한 「인사개혁」이 지역과 계파를 뛰어넘는 내용 뿐 아니라 인선 과정을 반공개하는 스타일의 변화도 포함된다고 말한 셈이다.
김대통령이 특정 인사를 발탁할 때 마다 『절대로 발설하지 마라. 언론에 새 나가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 언론의 하마평을 유력하게 받았던 인물이 막판에 탈락했던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면 이양호 전 국방장관은 『하오 2시 개각발표를 앞두고 조간신문에 내 이름이 제목으로 뽑히는 바람에 뒤바뀔까 조마조마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이같은 인사스타일은 언론의 성급한 추측보도로 많은 인사들이 애꿎은 구설수에 오르는 폐해를 줄였다는 장점이 있었으나 참신함이 강조된 폐쇄적 인선과정이 하자 투성이의 발탁을 양산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위해 어느 때 보다 청와대 민정비서실 등 관계기관의 「인사자료」를 꼼꼼히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부기관의 이른바 「존안자료」를 독재정치의 산물로 불신하고 자신과의 인연에 따른 감에 의존하거나 차남 현철씨 등 특정인의 추천을 바탕으로 사람을 고르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모습이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늘 강조했던 「예측 가능한 정치」의 하나인 예고인사가 정착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 많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예상보다 앞당겨 전격적으로 실시했으며 총리나 대표 지명 일자도 전혀 감을 잡을 수 없게 하고 있다. 총리지명이 임박한 3일 하오 늦게까지 청와대 참모들은 김대통령의 의중을 알기위해 노력했으나 제대로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1년 남짓한 재임기간에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깜짝쇼 식의 인사를 하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역력해 보인다』며 『고총장은 물론 김실장이 언론에 계속 거론됐을 때도 별 다른 언급을 하지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권의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스타일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기 보다는 인적자원이 너무 부족한데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어서 안전한 쪽을 택하려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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