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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우­FSO’(초국경 경영시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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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대우­FSO’(초국경 경영시대:10)

입력
1997.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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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에서 성공한 사람은 에스페로를 탄다/작년 3월 출범 소비자 사로잡아 판매량 1위 우뚝/2002년에는 연 50만대씩 생산 동구 최대업체 도약「폴란드에서 성공한 사람은 에스페로를 탄다」 대우자동차가 폴란드에서 내걸어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 광고문구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공한 사람이라면 고급승용차를 타기 마련이지만 자본주의가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 폴란드에선 에스페로급 승용차만 가질 수 있어도 경제적으로 성공했다는 증표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는 지난해 3월 폴란드에 판매법인을 설립한지 7개월만에 에스페로 넥시아 티코 등을 3만대가량 판매했다. 이는 폴란드내 단일 자동차회사의 판매량으로 가장 많은 규모다.

대우가 폴란드에서 이같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현지기업인 FSO를 인수, 에스페로 등을 현지에서 조립생산해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바르샤바 중심가에서 비수와강을 따라 난 강변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6㎞. 100만평을 족히 넘을 듯한 거대한 부지에 수십개 공장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공장 중심부에 위치한 본관건물에 붉은 바탕의 대우마크가 박힌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96년 3월 출범한 대우―FSO사다.

40여만평 규모의 본공장에서는 현지소형승용차인 폴로네즈와 픽업 엔진공장이 24시간 가동되고 있다. 또 본공장 옆 60여만평의 부품공단에는 엑슬 핸들 기어 볼트 시트 범퍼 등을 생산하는 13개 부품공장이 들어서있다.

폴란드를 대표하던 FSO(승용자동차공장)는 1948년 설립이후 피아트자동차를 조립생산해오다 76년 엑셀과 흡사한 모양의 자체모델 폴로네즈를 선보여 독자생산해왔다. 그러나 모델이 제한돼 다양화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수용하지 못한채 판매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적자가 누적돼왔다.

폴란드 정부가 FSO를 살리기 위해 94년부터 이 회사를 인수할 해외기업을 물색하고 나서자 맨 먼저 손을 내민 기업이 미국의 GM사였다. 하지만 GM은 1만4,0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회생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정보를 입수한 대우가 막후에 폴란드 정부에 합작카드를 내민 것이다. 김우중 회장은 인력을 단 한명도 줄이지 않고 2002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의했고 결국 승리는 대우에게 돌아갔다.

『김회장이 FSO의 인력을 감원하지 않고 살리기로 한 것은 동구권 전체를 염두에 두고 마케팅을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폴란드에서 조립생산할 에스페로 티코 등 제품을 인근 국가들에 수출한다면 2∼3년내에 현재 인력으로도 부족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었지요』

이 회사 총괄담당 이선주 이사는 『이곳에서 조립해 인근 국가에 공급하게 되니 한국에서 직접 동구권으로 수출하는 것보다 가격이 10% 가량 낮아져 벌써 티코 등 일부 제품은 주문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이사는 특히 향후 투자키로 한 10조원 규모의 자금은 한국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폴란드 정부의 보증으로 현지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대우는 「한국형 자본주의정신」에 입각해 생산을 지도하고 판매능력을 키워주는 대가로 폴란드 최대기업을 인수한 셈이다.

『GM보다 규모는 작지만 대우를 파트너로 선택한 것을 무척 다행으로 생각한다. 물론 기술이 GM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우 직원들이 밤잠을 설치며 일하는 것을 보며 모든 직원들이 「이것이 자본주의 정신이구나」하고 배운다』

FSO시절부터 이 회사에서 일해온 예누스 보즈니야부 사장의 설명이다. 대우가 공장을 인수한 다음 근로자들을 지켜보면서 찾아낸 문제점은 동구권의 다른 회사처럼 상당한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으면서도 「적당히 근무시간만 때우면 된다」는 사고가 팽배해 있다는 점이었다.

대우는 이같은 의식을 타파하기 위해 성과급제를 택했다. 각 라인끼리 경쟁을 시켜 생산량이 많은 라인의 종업원들에게 월급의 20%에 해당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또 직원들이 영어를 못해 대우직원들과 의사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해결하기위해 근무후 영어공부를 시켜주고 영어시험을 치러 성적이 우수한 직원에게도 성과급을 줬다.

성과급 지급에 대해 처음에는 노조가 크게 반발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알고 이제는 잘 호응하고 있다. 특히 노조 간부들을 인천 부평공장에 보내 연수시킨 다음부터는 노조도 경영진과 호흡을 맞추려한다는 게 대우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우―FSO는 지난해 승용차(폴로네즈) 8만대, 상용차(픽업) 2만대, 대우모델(에스페로 티코) 2만5,000대 등 모두 12만5,000대를 생산했다. 99년에는 폴로네즈를 1만대로 줄이고 에스페로와 티코를 17만대로 늘려 동구권과 서유럽에 수출하는 한편 2002년에는 연간 50만대씩을 생산, 동구권 최대의 자동차메이커로 도약한다는 게 대우―FSO의 장기청사진이다.<바르샤바=박정규 기자>

◎유럽진출 전초기지 “동구권시장 잡아라”/자체 시장성·EU 관세혜택·싼 인건비 매력/자동차·가전·섬유·플라스틱 등 투자 줄이어

『동구시장을 잡는 기업이 유럽을 정복한다』

사회주의 껍질을 벗고 자본주의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는 동구권이 유망시장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기업들이 단독 투자법인을 세우는가 하면 합작파트너 물색에 나서는 등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동구권이 국내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우선 유럽의 일원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육상운송이 가능하고 상당수가 유럽연합(EU) 준회원국인 이들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하면 관세혜택을 받는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동구권 자체의 시장성도 빼놓을 수 없다.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할 경우 유럽은 물론 점차 소득이 높아지고 있는 동구권 소비자들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렴한 인건비 역시 큰 매력이다. 국내 인건비의 20∼40%선에 인력을 고용해 제품의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다.

국내기업의 동구권 공략은 대우가 자동차, 가전 등을 중심으로 가장 앞서 달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 LG 등도 투자규모를 확대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89년 12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인 자페니자루 지역에 컬러TV공장을 설립, 연간 20만대를 생산해 헝가리는 물론 인근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규모를 연 40만대로 확대하기 위해 대지 4,600평·건평 1,400평이던 공장 규모를 지난해말 대지 8,000평·건평 2,500평으로 넓히고 라인을 증설했다.

삼성은 이 공장에서 25인치이하의 중소형TV를 생산하고 영국의 윈야드공장에서는 대형TV를 만드는 등 생산기지를 특화해 동―서유럽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92년 7월 헝가리 국영기업인 파농플라스트사와 50대 50으로 부다페스트에 LG파농사를 설립, 93년 1월부터 PVC시트류 및 플라스틱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95년까지만 해도 40만∼100만달러씩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꾸준한 경영혁신으로 올해에는 80만달러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직물기업인 경방은 동구권에서 전자사업을 시작한 이색 케이스. 경방은 지난해말 폴란드의 오디오부품회사인 포니카사를 155만달러를 투자해 인수했다.

또 고합물산은 폴란드에 직물회사 설립을 추진중이다. 이밖에 화영실업 그린피스 상민전자 등 중견기업들도 의류 섬유 전자회사 등 현지기업 설립을 통해 동구권과 서유럽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김범수 기자>

◎인터뷰/대우자동차 왕영남 부사장/“내년엔 해외생산량이 더 많아요”/일찌감치 ‘세계경영’ 표방 대약진

대우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세계 자동차시장을 점령해가고 있다.

92년 GM과 결별할 당시 대우의 연간 생산규모는 28만대였으나 매년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 올해는 11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때 위기설까지 나돌던 대우자동차가 이처럼 약진하게 된 것은 일찌감치 「세계경영」을 내걸고 내수 못지않게 세계시장 공략에 나섰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의 왕영남(58) 부사장은 김우중 그룹회장의 특명을 받아 해외투자 대상지역과 합작기업을 물색하고 법인을 설립하는 「특공대장」이다.

『현재 대우자동차의 국내 생산능력은 100만대, 해외 생산능력은 60만대(10개국)이지만 2000년이면 국내 110만대―해외 150만대 체제가 구축될 것입니다. 당장 내년부터 국내에서 생산하는 차보다 해외생산분이 많아지게 됩니다』

왕부사장은 대우자동차가 마구잡이식 해외기업사냥과 저가전략으로 한국자동차의 이미지를 떨어뜨린다는 경쟁사의 비판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제 대우의 세계경영은 우리경제의 활로로 재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상황아닙니까. 자동차의 경우 GM과 결별한 후 초기에는 자동차의 품질이나 디자인 등이 타사에 비해 떨어지는 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생산되는 대우차는 세계적인 메이커들의 제품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최근 출시된 소형 라노스나 준중형 누비라, 4월 나올 레간자(프린스 후속모델) 등은 세계적인 자동차연구소인 영국 워딩연구소가 디자인한 제품입니다』

최근 주요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동구권의 생산·판매 전략과 관련, 왕부사장은 폴란드 대우-FSO공장과 루마니아 로대공장에서 승용차를 생산하고 체코의 아비아공장, 폴란드 루블린공장에서는 상용차를 생산하는 등 각 공장별로 생산품을 특화해 상호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00여일을 해외에서 보낸 왕부사장은 올해에도 우크라이나 자프로지공장 인수, 이집트 합작법인 설립사업 등 해외기지 확충작업을 진두지휘할 계획이다.<박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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