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카메라 이용,멋진 사진보단 산만한 구도·거친 명암 선봬선과 명암이 잘 어우러진 멋진 사진을 기대하고 있다면 사진전 「일상으로부터」에는 절대로 눈길을 주지 말 일이다. 반대로 사진이란 무엇인가 하는 고답적이지만 진지한 질문에 빠지고 싶다면 이 전시를 눈여겨 볼 일이다.
4일부터 15일까지 서울 마포구 불교방송국 빌딩내 서남미술전시관(02―715―9306)에서 마련되는 「일상으로부터」전에는 이경민, 이진혁, 장석균 젊은 사진 작가 세사람이 찍은 「작품답지 않은 작품」 등 60여점이 전시된다.
여느 사진전과는 달리 이번 사진전에 나온 작품들은 주로 자동 카메라를 이용해 찍은 사진들이다. 또 내용면에서도 명확한 콘트라스트(대비)와 파격적 구도의 멋있는 사진보다는 산만한 구도와 거친 명암의 사진들이 전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카메라는 마치 우연히 들른 공원을 둘러보는 할 일 없는 사람의 시선처럼 대상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왜 이런 사진을?
작가들은 이 시대 사진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깊이 회의하고 있는 것 같다. 이진혁씨는 설악산이나 제주도 등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의 모습을 통해 상투화하고 반복된 일상의 의미를 기록하는 매체로의 사진을 보고 있으며, 도심의 풍경을 주로 찍는 장석균씨는 질서가 없는 사진을 통해 작가가 부여한 질서 속에 배열된 사진적 진실을 해체한다. 이경민씨의 작품은 사진이 어떻게 피사체를 주인공으로 만드는가 하는 사진의 자의식을 시리즈 타입의 연속 사진 작업으로 잘 드러내 주고 있다.
즐기는 데는 적합치 않은 전시이지만 그간 회화의 예술철학적 논쟁에 비해 사유작업이 비교적 미진했던 사진이 새로운 위상을 모색하는 뜻깊은 전시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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