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여야가 노동관계법 개정안 합의에 실패, 지난 2월28일 예정했던 1차 시한을 넘기고 오는 8일까지를 2차 시한으로 설정, 그때까지는 매듭짓기로 했다.노동관계법 재개정안의 입법화가 시급한 만큼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합의안을 도출해 내야한다. 그렇지 못하는 경우 사실상 실효적인 노동법이 없는 노동법 공백의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고 이것이 3월부터 시작되는 단위사업장의 임금 및 단체협약에 엄청난 불투명과 불안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주요 현안쟁점에 대해 이미 상당히 합의해 놓고 있고 일부 문제에 대해서만 대립을 보이고 있어 대아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타결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낙관한다. 여야가 합의한 것은 복수노조,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제, 대체근로제 등이고 미합의된 것은 무노동 무임금,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공익사업 범위, 해고자 조합원 자격범위 등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무노동 무임금과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중지문제가 가장 뜨거운 현안이다. 이 두가지 모두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문제가 되지않는 사안들이다.
파업 기간중에는 당연히 근로자에게 급료 지급이 되지 않는다. 일을 하지 않았으니 급료도 지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파업중에는 노조집행부가 평소 조합원들로부터 갹출한 조합비에서 조성한 파업자금으로 근로자에게 파업수당을 지급한다. 이래서 미국에서는 극단적인 말로 파업은 노사간의 자금싸움이라고까지 한다.
우리나라 노동관계법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도입했으나 문제는 사용자가 노조의 압력에 굴복, 이것을 관철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어느 면에서는 정부도 파업을 조기종식시키려고 초조한 나머지 기업의 이러한 관행을 방조 내지 묵인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제 정부와 사용자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진지하게 실행하고자 함에 따라 노조가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여야가 표면적으로는 다같이 이 원칙을 수용하고 있으나 입법화 방식에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는 원칙은 명시하되 기업의 자발적 지급은 막지 않겠다는 것이고 야는 명시화에는 반대하고 다만 파업중의 임금 요구 쟁의를 금지토록 하자는 것이다. 사리로 보나 국제관행으로 보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극명하게 명시돼야 한다.
한편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중지문제도 정부·여당안이 합리적이다. 지급중지를 5년간 유예하는 것만도 노조의 과도기적인 상황을 충분히 배려한 것이다. 야당측이 노조자립 노사공동기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용자에게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이다.
노동법 개정의 당초 목적은 노사관계의 정상화·합리화를 통한 경제의 경쟁력 제고에 있는 만큼 야당측의 균형된 자세가 아쉽다. 여야가 국회의 존재이유를 실증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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