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발로 쓴 사라져가는 두레의 마지막 모습이죠”『이제는 하라고 해도 힘들어서 못할겁니다. 20여년간 민속현장을 찾아다니며 틈틈이 모았던 두레에 관한 자료를 정리했죠』 최근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두레 관련 이야기를 현지 주민들에게서 채록해 「한국의 두레」(전 2권·집문당간)를 펴낸 민속학자 주강현(42)씨의 집필변이다.
자신의 저서 제목처럼 그는 원래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를 풀기 좋아한다. 내놓는 책마다 독자들의 반응이 좋아 소위 「셀러 작가」가 됐다. 그러나 요즘도 일주일의 반은 현장에서 산다. 80년대 초 지금처럼 차도 없고 돈도 없던 시절의 현지답사는 늘상 춥고 떨림의 연속이었다. 녹음기만 달랑 들고 떠났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카메라, 자동차, 비디오는 물론 노트북이 그의 필수품이 됐지만 백열등 아래서, 혹은 모정에서, 아니면 품앗이 하는 김매기 현장에서 생생하게 두레의 모습을 증언하던 노인들을 다시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이 책이 상부상조하며 공동으로 농사짓던 두레에 관한 마지막 자료가 될 지 모릅니다. 하루 햇볕이 다른 만큼 증언자들의 연령층이 낮아져 조만간 두레조사는 불가능해 질 것입니다』
「한국의 두레」 1권은 박사학위로 제출된 연구논문이며, 2권은 맨발로 뛰어온 두레의 현장보고와 두레연구의 필독논문을 엄선한 것들이다. 그는 역사민속학자의 임무는 급격히 사라지거나 사라진 풍습들을 어떤 방식으로든지 재구성하여 기록으로 되살려 놓는 일, 즉 「쓰여진 역사」를 만들어 놓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40대 민속학자가 거의 없는 우리의 척박한 현실에서 간혹 「20년만 버티면 당신은 국보가 될 거요」라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는다. 주씨는 요즘 무척 바쁘다. 21세기를 지향하는 시민단체인 「우리 문화 21 포럼」을 준비하고 잡지도 기획중이며 서해안 어업사를 조명한 「조기에 관한 명상」도 탈고했다. 어촌계 등을 돌아다니며 해양민속을 연구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는 인터뷰를 마치고 서둘러 서해안 태안반도를 향해 떠났다.<여동은 기자>여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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