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씨 고심끝에 총리직 수락/한보책임 경제팀 경질 “0순위”금명 단행될 개각에서 눈여겨 볼 포인트는 새 내각의 성격과 경질대상 부처, 그리고 폭이다. 이는 김영삼 대통령의 시국인식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이자, 국정운용의 방향을 저울질 해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대목은 새 내각의 성격이다. 여권내에서는 이와관련해 일종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바로 「안정내각」 「난국극복내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불안하고 불투명한 현 시국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번 개각이 안정의 메시지를 담아야 하며, 난국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도 포함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아울러 새 내각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위기의 경제를 회생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
이처럼 새 내각의 성격을 안정과 난국극복으로 설정한다면, 총리 역시 기능적으로나 이미지 측면에서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인사여야 한다. 기능적 안정감은 내각을 확실하게 이끌 수 있는 충분한 행정경험을 의미하며, 이미지 측면의 안정감은 국민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청렴함이나 덕망을 말한다.
또한 새 총리는 핵심세력과 배경, 출신을 달리해 비등한 정치적 저항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화합형이어야 한다.
김대통령은 이미 이들 요건을 충족하는 총리감으로 고건 명지대 총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통령은 최근 고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총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으며 고총장도 이를 일단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도지사 장관 서울시장 등의 경력, 호남출신이라는 지역적 배경이 행정통할과 화합에 적합하다고 판단, 고총장을 총리로 내정했다고 볼 수 있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고총장의 총리내정은 내각을 책임지고 맡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때 김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만제 포철 회장을 만나면서 경제총리 기용설도 나돌았으나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총리가 경제통이면 오히려 경제부총리와 불협화를 일으킬 수 있다』며 경제총리설을 부인했다.
경질대상 부처나 개각폭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집약된 원칙들이 제시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담화에서 『한보사태의 정치·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대목이 중시되고 있다.
문책성 경질이 있다는 얘기이며 그 대상은 한보사태를 정책적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설명하지 못한 경제부처라는게 일치된 의견이다. 또한 최근의 경제난에 포괄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않아 경제부처 각료들은 이래저래 경질대상에 들어가 있다.
한보사태와 업무적으로 연관된 자리는 경제부총리 통상산업장관 건설교통장관 등이다. 한승수 경제부총리는 총괄적 책임차원에서, 안광구 통산장관은 주무부처 장관이라는 점 때문에 경질될 것으로 보인다. 추경석 건설장관은 개인적으로는 무관하나 한보철강 부지매립 등 정책결정과정을 적극설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때문에 물러날 수도 있다. 관련 부처는 아니지만, 김용진 과기처장관은 은행감독원장 시절 한보철강 대출에 대한 감독책임을 물어 교체대상으로 거론된다.
통일안보와 관련된 부처는 대체적으로 유임이 유력시되고 있다. 사회부처의 경우 안우만 법무장관은 재임기간이 2년3개월로 비교적 길고 검찰분위기 쇄신을 위해 경질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1∼2개 부처장관이 경질될 수도 있어 교체대상 장관은 적으면 5개, 많으면 7∼8개 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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