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자체조사 이어 검찰도 내사 착수/‘비밀누설’땐 현철씨도 처벌 부담… 수뢰 캘듯/김씨,비리혐의 전면 부인 수사여부 주목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은 「사정의 도마」에 오를 것인가. 김현철씨의 오른팔로 알려진 그에 대한 수사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검찰은 『설만으로는 수사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야당이 김씨를 거론했을 때 『무슨 소리냐』고 펄쩍 뛰던 검찰고위층은 『(혐의가)나오면 처벌할 수 밖에 없다』는 쪽으로 선회했다. 검찰관계자는 『고소장이 접수되거나 범죄혐의가 포착된다면 수사할 수 있다』며 『그러나 현재로서는 수사계획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섭씨가 도마에 오른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는 신라호텔 상무라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80년대말 신라호텔을 이용한 실세인사들의 회동정보를 상도동측에 전해주면서 민주계와 연을 맺은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이로 인해 삼성전관 전무로 「밀려난」 그는 90년 3당합당이 이뤄지자 사표를 내고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 보좌관이 되었다. 이후 현철씨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93년 문민정부 출범직후 안기부의 예산과 인사를 총괄하는 기조실장으로 전격 발탁됐다. 김씨는 안기부의 공적정보를 정치적 후원자인 현철씨에게 제공하며 전폭적인 신임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막후실세로 일어선 그가 지역민방사업자 선정 등 각종 이권사업을 비롯, 국가기관 및 국영기업체의 인사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잡음은 문민정부 출범이후 끊임없이 떠돌았다. 정권출범후 급격히 부상한 모그룹의 고속성장에도 김씨와 현철씨가 버팀목이 되었다는 소문이 재계에 퍼져있다.
사정당국이 찾아낼 수 있는 혐의는 대략 ▲비밀누설 ▲인사개입 ▲이권청탁 등 3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지만 비위사실이 어디서 불거져 나올지는 불투명하다. 안기부는 김씨의 비밀누설혐의에 비중을 두고 자체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관계자는 『김씨의 「비라인」보고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를 처벌하려면 다시 국가기밀을 만천하에 공개해야 하는 난점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비밀누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김씨와 현철씨를 함께 처벌해야 하는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검찰주변에서는 김씨를 수사하거나 처벌할 경우 비밀누설보다는 수뢰 등 재임중의 독직행위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물론 김씨는 비리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가 과연 검찰수사를 받을지, 사법처리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점치기 어렵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자신에 의해서든 안기부, 검찰에 의해서든 그를 둘러싼 의혹이 남김없이 해명돼야 한다는 점이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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