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판사 확충·당일심사로 구금시간 최소화 해야”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도입된 영장실질심사제가 잇단 완화조치로 두 달만에 본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법원은 최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려던 피의자가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구인된 피의자가 도주할 개연성이 있으면 실질심사가 끝날 때까지 법원이나 경찰서 유치장에 유치할 수 있도록 하는 예규를 제정, 시행토록 했다. 예규에 따르면 하오 5시에 구인됐으나 다음날 상오 실질심사를 받도록 결정된 피의자가 구속여부가 결정되는 다음 날 하오까지 길게는 24시간가량 구금돼 있어야 해 실질심사 이전보다 구금시간이 더 늘어났다. 대법원은 1월 중순에도 체포영장제도의 활용률이 떨어지자 발부요건을 완화키로 하고 일선 영장전담 법관들에게 이를 통보했다.
법조계에서는 체포영장 발부요건을 엄격히 정하고 영장실질심사 결정이 내려진 피의자를 유치하지 못하게 한 것은 임의동행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시비를 막기 위한 의도였는데도 수사편의와 법원사정 등을 이유로 완화한 것은 「개혁의지의 후퇴」라고 말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 담당판사를 늘리고 당일 심사토록 해 피의자 구금·대기시간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두 달이 넘은 2일 현재 서울지법 본원에 청구된 구속영장은 1천2백25건으로 11.3%인 1백39건이 기각됐다. 영장청구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9백89건에 비해 7백여건이 줄어들었지만 기각률은 지난해 9.7%보다 높은 수준이다. 법원 주변에서는 영장기각률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아진 것에 불과해 불구속원칙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법의 한 판사는 『문제점을 보완할 필요성은 있지만 기본취지마저 무너뜨리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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