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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염료서 우러난 진득한 색의 참맛/한광석씨 두번째 전통염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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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염료서 우러난 진득한 색의 참맛/한광석씨 두번째 전통염색전

입력
199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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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불화 감지같은 깊이 더한 청색 재현/직접 재배한 쪽 이용/한달이상 작업 결실『10년 입은 옷 색이 하나도 안 변하면 징그러워서 어쩐다요? 세월이 지나면 색도 바래고 그러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염색도 마찬가지지요. 열필씩, 스무필씩 똑같은 색이 나온다면 재미가 없어져 버리지요』 전라도 냄새가 물씬한 말투의 염장 한광석씨. 전남 보성군 벌교 교읍리에 살고 있는 한씨는 자연염료를 이용한 염색작업에 15년여를 몰두해온 사람이다. 93년 3월 쪽이며 치자, 홍화로 물들인 피륙을 들고와 우리 염색의 멋스러움을 전했던 그사람이 두번째 전시회를 갖는다.

서울 사는 이들에게 전통 염료에서 우러나는 진득한 색의 참맛을 전했던 첫번째 전시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렇다면 두번째 전시의 의미는?

『차이점은 별로 없지요. 굳이 말하자면 깊이가 더해졌다고나 할까. 같은 쪽빛이라도 연한 빛 보다는 고려 불화의 감지와 같은 검은 색에 가까운 청색을 재현해내는 데 애를 썼지요』

푸르다 못해 검은 빛이 도는 감색은 실제로 한달 이상 염색과 건조를 반복해야 얻어지는 색이다. 한씨가 자기 집 밭에서 직접 재배한 쪽을 썩힌 후 꼬막가루를 섞고 다시 짚을 태워 얻은 잿물을 부어 비로소 얻어지는 쪽물. 이를 십수번 반복해야 진한 빛의 청색이 얻어지는 것이다.

그가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200필이 좀 못되는 피륙은 쪽을 우린 청색이 주류지만 치자에서 얻은 노란색, 잇꽃에서 뽑은 붉은 색, 소목의 핏빛 같은 원색 뿐 아니라 소나무 껍질서 얻은 부드러운 갈색이며 뽕나무서 뽑은 노란색, 지초서 우린 연보라색 등 간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삼베나 모시, 무명, 명주 등 바탕이 다르면 색도 달리 나오기 때문에 직접 봐야 색 맛을 볼 수 있다.

150년 이상의 짧지 않은 전통을 가진 화학염색법이 이미 첨단 수준에 와 있고, 더욱이 천연염료로 색을 낸 천은 서민들이 탐내기엔 비싸다. 이런 상황에 십수년을 하루같이 한씨가 전통염색에 매달려온 이유는 무엇일까?

『피라미드를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것과 초가집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훈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분명 다르지요. 색은 본능적이며, 정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니까요. 조선 사람이 조선 색을 지켜야 하는 것은 색이 바로 정서,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한씨는 쪽, 치자, 홍화를 재배한다. 대신 보라색을 내는 지초나 노란색, 붉은 색을 내는 뽕나무, 검정물을 들이는 소나무는 약초꾼들의 도움을 얻어 마련한다. 하지만 중국산 약초가 수입되면서 약초꾼들이 줄어 재료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 걱정이 많다. 수입산을 쓰면 색우러나는 맛이 국산만 못해 수입한 것은 쓰지 않는다.

전시는 3월7일까지. 서울 종로구 관훈동 학고재 화랑. (02)739―4937.<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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