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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고단한 삶의 풍속도/극단 청우 ‘종로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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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 고단한 삶의 풍속도/극단 청우 ‘종로고양이’

입력
199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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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젊은 연극인 조광화 작·김광보 연출서울 한복판 종로3가. 번듯한 빌딩 숲 사이로 소음과 번잡함, 아귀다툼 같은 고단한 삶이 얽혀있는 곳. 그러나 자정이 지나면 북적대던 사람들은 떠나고 도둑고양이들만 뒷골목을 어슬렁대며 주인 행세를 한다.

고양이들은 낮동안 자신들의 영토를 점령하는 인간들을 미워한다. 그들 고양이와 닮은 한 남자의 비극 「종로고양이」(조광화 작, 김광보 연출)가 극단 청우에 의해 7일부터 4월27일까지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혜화동 1번지」에서 공연된다. 종로3가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여러 인간 군상의 삶에 대한 다툼과 사랑을 풍속도처럼 펼쳐 보인다. 청우가 95년 창단 신고작으로 초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이다. 작가 조광화, 연출가 김광보는 주목받는 젊은 연극인이다. 지난해 각 언론사 연극담당 기자들은 한국 연극계를 이끌어갈 젊은 연극인으로 극작과 연출 분야에서 이 두 명을 각각 1위로 꼽았다. 「종로고양이」를 시작으로 둘은 「오필리아」 「꽃뱀이 나더러 다리를 감아보자 하여」를 잇따라 무대에 올렸고 그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청우 대표인 김광보는 뚜렷한 스타가 없는 이 극단의 무대를 배우들의 긴밀한 앙상블과 속도감, 격렬한 에너지로 채워왔다.

줄거리는 이렇다. 화가 이두성이 종로3가 뒷골목의 다방을 인수하면서 거기 깃든 사연을 떠올린다. 이 거리가 홍등가였던 시절, 종로 토박이 김시부는 색시집에 팔려가던 여자 홍삼화를 구해주지만 이로 인해 홍등가 패거리의 습격을 받고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외지인의 범죄에 어머니를 잃은 내력을 지닌 그는 쫓기면서도 어머니의 땅 종로3가를 떠나지 못한다. 결국 같이 도망치자고 애원하던 여자는 다른 일당의 폭력에 머리를 다쳐 미쳐버리고, 김시부는 그를 미워하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있는 곳이 들통 나 체포된다.

16년이 흘러 김이 출소한다. 그는 자신과 주변 인물들의 인생을 비틀어버린 것이 어머니에 대한 부질없는 집착이었음을 깨달으며 죽는다.

연출가 김광보에 의하면 여기서 종로3가는 「생명의 근원」이다. 김시부가 끝내 떠나지 못한 땅, 온갖 인간이 저마다 삶의 끈을 대고 붙잡아보려고 발버둥치는 곳이다. 세월이 흘러 겉모습은 변해도 그런 악다구니는 여전해서 결국 삶의 본질은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얘기이다.

28세 동갑나기인 최광일(김시부 역), 이지화(홍삼화 역), 이재원(이두성 역) 등 10여명이 출연한다. 화∼목요일 하오 7시30분, 금·토·일·공휴일 하오 4시30분, 7시30분. 매주 월요일 쉼. (02)766―7776.<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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