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위기 실태를 파헤치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한 공방과 함께 극복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을 가져온 주된 원인이 우리 사회의 구조적 요인에 있다는 인식에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구조적 문제의 핵심은 사회기반을 구성하는 제반 제도적 장치들의 시대적 부적합과 국민 전반, 특히 사회지도층의 의식의 후진성이다.우선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국정운영의 체계적 시스템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고 지나치게 대통령 개인의 역량과 선호에 의해 움직이는 것에 따른 폐해가 심각하다. 인사관리의 제도화 또한 취약한 부분이다. 주요 공직인사에 있어서조차 후보자의 검증절차가 없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우리 경제는 산업구조 조정의 실기라고 하는 구조적 문제 이외에도 경제수준에 대한 만성적인 자기기만적 과대평가의 버릇, 실력 이상의 팽창형 고도성장에 대한 기대와 인플레 심리, 비능률과 저효율의 체계, 장기적 상호의존관계에 대한 불신과 단기적 합리성만의 추구에 의한 제로섬게임적 접근행태 등의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다.
사회적 측면에서 우리사회는 공적 영역에서의 도덕성 취약으로 내구성이 약하고, 사회전반의 자기신뢰가 낮아 무게중심이 높고 늘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위기의 극복을 다시 일부 집단만의 책임아래 맡겨두기에는 상황이 절박하다. 우리 국민의 재결집과 참여가 필요하다. 본보의 특별취재연재물 「나라 살리자」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호응은 우리 국민의 상황인식을 적시하고 있다. 이 위기상황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하며 그 출발은 바로 오늘이어야 함을 국민은 절실히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의 노력과 행운에 힘입어 이제 근세사에 있어서는 처음으로 세계사의 중심부로 진입할 수 있을 듯한 문턱에까지 왔는데 그 기회를 박차 버릴 만큼 우리가 어리석지는 않다. 우리 국민의 위기의식과 극복의지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극복의 방법에 대한 절제된 논의와 역량의 결집이 필요할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현정부가 얼마 남지않은 시간에 해결해야 할 핵심적 과제이다. 정부가 무엇을 쉬 할 수 있다는 식의 섣부른 개입은 오만과 과욕에 불과하다.
위기의 극복은 공동체의식의 재정립 없이는 불가능하다. 장기적 공생관계에 대한 인식, 공사의 구별에 대한 도덕률, 그리고 이에 기초한 책임의식만이 우리 사회에 고신뢰체계를 정착시킬 수 있다. 적어도 당분간만이라도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국난극복과 장기적 국가기반구축의 차원에서 공동체의식의 고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선진화한 공동체의식과 투명한 제도라는 두 날개가 모두 원활히 작동해야만이 우리는 다시 비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날개는 국민만이 만들 수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