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사이버 워’ 본격 대비/적 정보통신망 침투/데이터 파괴·교란/지휘중추 마비케95년 7월 회교계와 세르비아계의 내전이 한창이던 보스니아 상공에 미군 무인정찰기 「포식자」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 정찰기의 임무는 고선명도 정찰사진을 지상의 병사 한명한명에게 바로 전송하는 것. 미 보병들은 사령부의 전화나 무전이 아니라 「슈퍼철모」나 랩탑으로 전투상황과 작전명령을 전달받았다.
물론 당시 미군은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파견됐던 만큼 실전이 아니라 일종의 하이테크 전투 실험에 참가한 것이었다. 그러나 21세기 정보화시대의 전투양상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미군 전략가들은 앞으로 전쟁의 승리는 병사나 탱크, 대포가 아니라 우수한 컴퓨터 시스템과 똑똑한 프로그래머가 좌우한다고 보고 「사이버 워(Cyber War·전자정보전)」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버 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정보통신망에 먼저 침투, 각종 데이터를 파괴·교란시킴으로써 지휘중추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워싱턴의 국립국방대학은 95년 6월에 이미 최초로 사이버 워 전문장교 16명을 배출했다. 이들은 적 컴퓨터 교란작전과 전투 시뮬레이션을 담당한다.
적 통신망 교란 작전과는 별도로 사령부는 첩보위성, 조기경보기, 무인정찰기로부터 육해공 전투현황 자료를 리얼타임으로 전송받아 작전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한다. 이동전산센터는 순간순간 지상 전투상황에 대한 정보를 종합, 적절한 공수작전을 수립한다. 보병은 슈퍼철모나 군장속에 들어있는 랩탑으로 자신의 위치와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명령을 받아 진격한다.
슈퍼철모는 모토로라가 개발한 것으로 송수화기가 내장돼 있으며 특수 수신장치와 연결돼 있다. 미군은 슈퍼철모와 랩탑으로 병사들을 모든 무기체계와 연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2000년까지 1조1,00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미군은 지도와 항공사진, 군수물자 데이터 비밀정보 등을 불러낼 수 있는 「비밀 인터넷」도 시험하고 있다.
미군의 한 관계자는 최근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1차대전때 탱크가 등장, 참호전을 기동전으로 바꾸는 혁명을 가져왔던 것처럼 정보기술은 미래의 전쟁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면서 미군 전투력에 절대우위를 확보케 해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 육군은 이달 중순 캘리포니아에서 디지털전투 시험훈련을 실시한다. 이 훈련에는 병력 3,600명과 탱크 1,500대가 참가, 아군 상호간 및 후방부대와의 즉각적인 무성 디지털 메시지 송수신 등을 시험한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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