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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한은 독립’부터/민병도(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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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개혁 ‘한은 독립’부터/민병도(아침을 열며)

입력
1997.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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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초 금융개혁의 본격적 추진을 위해 구성된 금융개혁위원회가 출범하자마자 오비이락격으로 한보사태라는 엄청난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한보사태는 금융개혁위원회를 잠시 국민의 관심밖으로 몰아내었으나 한편으로는 금융개혁이 얼마나 중대하고도 시급한 과제인지를 분명하게 보여 줬다.그동안 우리는 대형금융사고를 한두번 겪은 것이 아니다. 그럴 때마다 비리에 연루된 은행장과 일부 정치인, 관료들을 처벌하고 이와 더불어 사고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더욱이 문민정부 출범 후에는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운용체제를 확립한다는 목표 하에 규제완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금융개혁조치를 취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우리 금융은 후진성을 탈피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돼왔고 급기야는 한보사태라는 어처구니 없는 금융사고가 일어났다.

향후 금융개혁을 추진함에 있어서는 다른 개혁과제에 우선하여 정치권력의 금융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고서는 금융개혁위원회의 검토과제로 거론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 금융기관 업무영역 확대, 금융기관의 대형화 등이 실효성있게 이뤄질리 만무하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금융사고를 근절하고 나아가 우리 금융을 정상화·선진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중앙은행제도를 개혁하여 중앙은행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세계 각국에서 오래 전부터 국가 경제정책의 중요부분인 통화금융정책을 정부부처와는 별도로 설립된 중앙은행에 맡겨두고 있는 것은 중앙은행을 정치권력의 금융간여를 막아주는 방파제로 삼기 위함이다.

최근 많은 나라들이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련 법제를 개편해온 것도 중앙은행의 이러한 역할을 강화하고자 하는데 배경이 있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누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이 빅뱅식 금융개혁에 나서면서 중앙은행의 중립성 강화를 위한 일본은행법 개정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발시대 산물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현행 중앙은행제도를 그대로 두고서 정치·관치금융의 청산이나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바라는 것은 백년하청일 수 밖에 없다.

다음으로는 은행의 지배구조를 개선하여 주주를 비롯한 은행의 이해관계자들이 보다 강한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은행은 엄연한 사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나머지 예금자들은 물론이고 주주마저 역할이 거의 전적으로 배제되어 왔다.

또 금융의 범세계화·개방화 추세에 부응하여 우리나라 금융의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세계 금융상황에의 적응력을 제고함은 물론 이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통화금융정책을 선진화하고 금융제도를 안정시켜야 하겠다. 특히 금융감독기능을 국제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 경영의 취약성을 조기에 포착하여 이를 시정토록 하고 선진화한 감독 및 검사체제를 구축해야 하겠다. 이와 같은 감독기능은 한국은행 은행감독원이 맡아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날 중앙은행의 기능은 통화가치의 안정과 건전한 신용질서의 유지이며 이중 후자는 중립적이며 효율적 감독기능에 크게 달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같은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금융사고가 난 해당은행은 물론 전체 경제의 대외신뢰도가 실추되는 등 국가적 손실이 과거보다 훨씬 클 것이다. 금융개혁위원회는 보다 근본적 문제부터 접근하기를 바란다.<한국은행 동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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