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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사’의 퇴장(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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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사’의 퇴장(지평선)

입력
1997.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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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의 통상적인 직장관념은 평생직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한번 직장을 택하면 거기서 정년을 맞아야 하는 것으로 알아왔고 실제 그렇게 해온 것이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관행이다.좀 더 나은 대우를 해준다고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 다니는 것을 오히려 지탄하는 분위기였고 회사도 경영이 좀 어려워졌다 해서 사람을 함부로 해고하는 것을 좋지않게 여겨왔다.

평생직장―종신고용. 일본의 경우는 이것을 전후 성장신화를 만들어낸 이른바 3대 신기의 하나로 꼽아 존중을 해왔고 우리도 경제개발이 시작된 이후 40년 가까이 고용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노사화합과 사회안정을 이룩하는 가장 소중한 제도적 장치의 하나로 활용해 왔다.

평생에 하나의 직장만을 갖는 일생일사의 사회적 관행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하게 한 우리의 성장 신기였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치기 시작한 명퇴바람과 올들어 노동법 파동을 계기로 부각되기 시작한 정리해고제, 그리고 경제위기가 몰아온 대량실업의 불안은 우리의 오래된 직장관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일생을 보장해 주는 직장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오로지 회사일만 열심히 하면 되던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항상 다른 기회를 엿보며 살아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런 불안이 근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시켜 회사발전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견습공채나 입사시험 외에는 취업의 문호가 개방돼 있지 못한 우리 현실에서 지금처럼 명퇴나 해고로 중도탈락하는 실업자가 대량 발생하는 것이 국민경제를 위해서나 개별기업을 위해서 과연 바람직스럽기만 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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