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숙론 우세 실세중용 힘들듯/당이든 내각이든 제한적 기용 전망당정개편의 포인트중 하나는 현 정권의 주축인 민주계가 기용될지 여부이다. 이는 김영삼 대통령이 시국인식을 어떻게 하고있으며, 앞으로 정국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계의 거취는 김대통령의 흉중에 자리잡은 대권구도의 「속그림」과 맞물려 있다. 때문에 당사자격인 민주계는 물론 민정계 의원들, 나아가 각 대권주자 진영은 민주계의 자리매김을 주시하고 있다.
그 판단의 준거로 28일 단행된 청와대 비서실개편을 원용할 수 있다. 평면적으로 보면, 강인섭 정무수석이 상도동 출신인 만큼 민주계가 배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강수석의 발탁만으로 민주계가 당정의 주요포스트에 진출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외적 이미지보다는 대통령과의 신뢰가 중시되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수석의 발탁에는 그의 원만한 처신, 정치·언론경력이 주로 고려됐지 결코 민주계라는 측면이 감안되지는 않았다는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현재 당정주변에는 「민주계 배제론」 「민주계 자숙론」이 우세하다. 민주계가 기용된다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일 것이라는게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한보사태로 홍인길 의원 등 민주계 핵심들이 적지않게 구속된 현실에서 민주계가 당정의 중심축을 형성하기에는 국민감정상 무리라는 것이다. 더욱이 김대통령이 측근의 연루사실에 처연할 정도의 대국민사과를 한 마당에 민주계를 중용할리 만무하다. 이유가 어찌됐건 정권의 주축그룹은 지금의 난국에 동반책임을 느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한때 강력히 제기됐던 「민주계 전진배치론」이 고개숙인 분위기다. 이 논리는 최형우 고문이 당대표를 맡고 내각이나 당3역에도 민주계 인사들이 포진, 대통령의 임기말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자는 것이다. 또 한보사태가 터지기 이전에는 『김덕룡 의원이 당정의 간판을 맡아 대권경쟁에서 승부를 걸어보자』는 의견도 민주계 일각에서 제기됐었다. 그러나 한보사태는 민주계의 기대에 쐐기를 박았다.
한 고위당직자는 『총리, 당 대표는 시국처방의 상징성을 안고있다. 이 자리에 민주계가 앉는다면 국민여론이 다시 악화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각이나 당직에도 민주계는 한발 물러나야한다. 그게 참담한 담화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대통령을 돕는 길이다』라고 단언했다.
따라서 최고문의 대표설은 실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신 대권관리라는 측면이 강조될 경우, 관리형 대표로 김명윤 고문이 기용될 여지는 있다. 당3역이나 각료에도 민주계는 발탁될 가능성은 적어보인다. 다만 「사무총장은 민주계 몫」이라는 통설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중립적 색채로 5선인 박관용 의원이 유력하다. 4선의 서청원, 3선의 백남치 의원은 입각대상자로도 거명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않은 편이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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