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문을 보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다. 큰 일이 터지긴 터졌는데 아무도 책임을 안진다는 것이다. 책임을 안지고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책임을 안져도 되는 풍토도 이해할 수 없다. 책임이 없다고 우기는 것이 통한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마저 없다는 것인가. 어떤 직책이라도 거기에 해당하는 책임이 있게 마련이다. 일이 잘못됐으면 그 때 그 자리에 있던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당연하다.미국 은행에서 부지점장급 간부로 일할 때였다. 내가 맡은 안건에 대해 당시 그 직책의 한도 금액이었던 2,500만달러(약 200억원)내에서는 내가 직접 최종서명을 했다. 직접 서명을 하라고 해서 마치 높은 사람이라도 된듯 뿌듯했던 감정은 은행이 담당자에게 직접 서명을 하도록 하는 이유를 알고나서 다 달아나 버렸다. 자신이 한 일에는 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내 상관은 입버릇처럼 『서명을 한 이상 잘못되면 어디까지든 찾아갈테니까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곳에만 하라』고 했다.
몇년전 미국의 한 보험회사가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비서의 실수로 쉼표(,)를 잘못 찍는 바람에 액수에서 「0」이 하나 빠진 일이 있었다. 액수가 몇억달러에서 몇천만달러로 바뀌어 버렸는데 당시 그 회사채를 샀던 이들이 이사부터 비서까지 그 안건과 관련이 있는 담당자들을 모조리 고소했었다. 누구의 잘못이든 관련자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책임을 지라는 말이다.
모두들 당진 제철소에 안갔다고 난리고 코렉스공법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렇게 큰 돈을 빌려준 은행의 담당자들만큼은 제철 공법에 관한 한 적어도 반전문가는 되었어야 할 것이다. 가 본 적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그 돈을 되돌려받을 때까지는 상주직원이라도 내보냈어야 할만큼 큰 돈이 아닌가. 정말 몰랐다면 그 무능력도 근무태만 만큼 벌 받을 일이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일에 관계된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윗사람이 시켜서 했다』는 변명도 없어야 하고, 능력도 없으면서 턱없이 높은 자리만 바라보는 일도 사라져야 한다. 더 높은 자리에는 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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