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재벌과 정벌/이백만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재벌과 정벌/이백만 경제과학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2.28 00:00
0 0

『「벌」이 주범이다』한보사태의 배후를 놓고 각종 루머가 횡행하고 있다. 정치권은 물론 재계 금융계가 바짝 얼어붙었다. 국민들은 한보사태의 주범인 「몸통」의 실체를 밝히라고 아우성이다.

한보사태의 진짜 배후를 알려면 한국의 지배구조를 봐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현대적 개념의 대기업집단이 없다. 오직 30대 재벌만이 있을 뿐이다. 현대적 의미의 정당도 없다. 소수의 특정인이 이끄는 정치세력이 정치권력을 독과점하고 있다. 정당이라기보다는 정벌이라는 표현이 더 낫다. 국가운영의 두축인 정치와 경제를 벌이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재벌과 정벌의 생태계는 너무 유사하다. 벌은 철저한 오너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너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조직안에서는 황제나 다름없다.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오너의 말은 곧 법이다. 인치주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대외적 이미지와는 달리, 대내적으로는 독재자에 가깝다. 오너의 심기를 건드리는 직언은 불가능하다. 오직 충성만이 존재할 뿐이다.

오너는 임기도 없다. 「종신대통령」이다. 세습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명함도 필요없다. 회장이든, 명예회장이든, 고문이든, 총재든, 평당원이든 영향력은 똑같다. 한번 오너는 영원한 오너다.

오너끼리 손을 잡으면 정경협력이든, 정경유착이든 불가능한 일이 없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사건도 이런 구조의 산물이다. 전씨도 하나회라는 군벌의 오너였다.

「벌의 구조」가 존속되는 한 제2, 제3의 한보사태가 계속 터지게 되어 있다. 지금도 비슷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벌이 한보사태의 주범이라는 지적도 여기서 나온 말이다. 벌이야말로 최대의 개혁대상이다.

재벌이 국민적 대기업으로, 정벌이 국민적 정당으로 각각 개혁될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이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