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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관리 아직도 주먹구구(우리 방송 건강한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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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관리 아직도 주먹구구(우리 방송 건강한가:6)

입력
199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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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너머 배우는 도제훈련/여성인력은 ‘찬밥신세’/연기자는 항상 ‘그 얼굴’/재교육·R&D가 없다지난해 KBS의 총 매출은 9,900억원이었다. 이중 교육훈련비는 대략 35억원으로 총 매출의 0.35%, 조사 연구비는 125억원으로 1.26%를 차지했다. 물론 이 비용을 R&D(연구개발)비용의 전부라고 말하는 것은 섣부르다.

하지만 어림짐작으로 보아도 이 수치에는 문제가 있다. 신기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방송산업, 그것도 공영방송의 명목상 교육훈련비와 조사연구비가 이정도 수준이라면 제반 관련 비용을 다 합친다 해도 그 수준이 어디 내놓기 부끄럽다는 것은 뻔한 얘기다.

각론으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대개 대학을 마치고 입사한 연출자 지망생들은 조연출을 거쳐 연출자로 성장한다. 대학에서 제작관련 전문기술을 익히는 경우도 없고, 본인이 특별히 벼르지 않는 한 재교육의 기회는 드물다. 방송국서 가장 대접받는 연출자에 대한 교육지원이 이 정도라면 카메라, 무대디자인, 음향, 조명 등 기술파트에 대한 지원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아직도 어깨 너머로 배우는 도제식 훈련이 많다. 『해외 선진방송국에서 쓰는 기자재를 그대로 수입해다 써도 화질과 음질이 떨어지는 이유는 바로 사람의 문제』라는 한 무대디자이너의 지적은 재교육 없는 우리 방송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예다. 연기자와 박봉의 스크립터 등을 제외하고 여성 인력은 방송국에서 찬밥이다. 기자로 입사해도 메인 앵커는 꿈꾸기 어렵다. 아나운서 출신의 여성앵커 역시 메인앵커의 보조자에 지나지 않는다. 인력의 성비 불균형도 심각하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시청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겹치기 출연이 개선되지 않는 데도 이유가 있다. 시청률 때문에 반짝하는 20대 CF스타들만 쓰다 보니 연기자층이 얇아진다. 게다가 몇몇 인기 연예인을 제외하고는 방송출연만으로 생활이 곤란하기 때문에 CF나 부업이 불가피하고 그것도 여의치 않을 때는 아예 전업을 모색해야 한다.

연기자협회 회장 서인석씨는 『겉보기에 화려한 연기자들이지만 실제는 밥벌이가 안돼 직업을 바꾸는 이들이 많다』며 연기자의 전문 직업인화를 위해선 그에 맞는 출연료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방송 관련 기술을 심층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방송 아카데미의 증설, 과감한 이익의 R&D 투자, 방송 전문 인력 및 연기자에 대한 재교육 등 발상의 전환을 강조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 방송의 주먹구구식 인력관리의 틀이 좀처럼 깨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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