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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산업표준 통일비용 3,000억달러 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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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산업표준 통일비용 3,000억달러 추산

입력
199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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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국가규격 등 큰 차이… 총비용 8∼17% 달해「그루빠」 「뜨락또르」 「둥구리형」 「류산」…

우리로선 알아듣기 힘든 말이지만 그 뜻을 알고보면 국내 공사현장 등에서도 흔히 쓰이는, 북한의 표준 산업용어다. 각각 우리의 「그룹」 「트랙터」 「원형」 「황산」이란 뜻으로, 최근 중소기업청 산하 국립기술품질원이 광범위하게 조사한 「남북한 산업표준 체계」에 따르면 이같은 이질적인 산업용어가 1,499개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본적인 산업용어들이 이처럼 차이가 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려과기」(여과기) 「리베트」(리벳) 처럼 두음법칙·사이시옷을 인정치 않는 북한의 국문법 체계때문인 경우가 있고, 「레루」(레일) 「뽐쁘」(펌프) 의 예에서처럼 일본어의 잔재로 인한 것도 적지않다.

그러나 가장 이질감이 심한 것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아 된소리로 표기되는 용어와 해방후 말다듬기(문화어) 운동으로 인해 생겨난 조어들이다. 「그루빠」 「뜨락또르」는 영어를 러시아식으로 발음해 생긴 말이고, 「둥구리형」과 「온도재기」(온도계)는 순수 우리말만 사용케한 말다듬기 운동의 영향이다.

용어상의 차이뿐 아니라 산업규격 분류와 분류특징, 규격수에서도 남북한은 상당한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경우 알파벳 대문자기호를 이용해 15개로 산업분야를 나눈뒤 다시 대분류 중분류로 세분화하지만 북한은 산업부문을 「ㄱ」 「ㄴ」 「ㄷ」식으로 17개 분야로 좀더 자세하게 나누고 있다. 규격수에서도 우리는 9,407종이나 북한은 1만3,000여종에 달하고 국가규격도 한국산업규격(KS)을 쓰는 우리와는 달리 북한은 이를 「국규」로 지칭하고 있다.

국립기술품질원은 남북통일후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산업표준화 과제로 ▲TV수신방식 ▲컴퓨터 자판배열 ▲철도신호 제어방식 ▲산업기호 및 표시 등을 꼽았다. 예를들어 TV수신방식은 우리가 미국 일본에서 사용하는 「NTSC」방식을 사용하는데 반해 북한은 동구권에서 쓰는 「PAL」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국립기술품질원은 남북통일을 염두에 둔다면 이같은 남북한 산업 비표준화때문에 생기는 통일비용은 3,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총 통일비용은 연구기관마다 천차만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이같은 규모라면 전체 통일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에서 17%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국립기술품질원 배길룡(43) 사무관은 『귀순자중 엔지니어들에 자문을 구해 조사한 만큼 조사의 신뢰도는 매우 높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번이 1차조사인만큼 남북한 산업용어의 이질감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말했다.<황유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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