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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뉴스 삼국지 ‘3색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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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뉴스 삼국지 ‘3색대결’

입력
199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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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전쟁 D―3일’.이제 시청자들은 밤 9시에는 좋든 싫든 무조건 뉴스를 봐야한다. 채널 선택권은 사라졌다. SBS가 3월3일부터 저녁 종합뉴스를 8시에서 9시로 옮김에 따라 ‘뉴스 삼국지’시대가 열린 것이다. 79년 동양방송(TBC)이 통폐합된 지 18년만이다. 밤 9시뉴스는 방송사의 전체 시청률을 나타내는 바로미터. TV방송 3사는 9시뉴스의 시청률에 절대적인 저녁 8시대 일일연속극을 일제히 새로 선보이고, 다른 뉴스 프로의 시간대나 색깔을 바꾸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그러나?

◎경쟁양상 어떻게

SBS는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 축소」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도전장을 던졌다. 컴퓨터그래픽 등 영상뉴스 성격을 강화하고 속보 중심에서 기획뉴스 중심으로 차별화를 시도, 시청자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방송광고 시장의 불황으로 개국 때부터 내걸었던 「8시 뉴스」라는 자존심을 포기한 SBS는 총력전을 전개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자체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뉴스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KBS는 「비장의 무기」로 「시간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우선 SBS 뉴스의 9시 이동으로 「무주공산」이 된 8시대 시청자를 잡기 위해 하오 8시 KBS 2에 「뉴스 파노라마 8」을 신설했다. 현재 15분 안팎인 뉴스를 30분으로 늘리고 내용도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과학·문화 분야를 강화, 반사이익을 얻겠다는 전략. 또 9시 종합 뉴스의 여성 앵커를 황현정에서 황수경 아나운서로 교체하고 밝은 내용의 뉴스를 개발하는 등 새바람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MBC는 종합뉴스인 「MBC 뉴스데스크」를 5분 늘리고, 심야시간대의 「뉴스레이더」와 「뉴스브리핑」을 「MBC 뉴스레이더」(밤 12시)로 통합, 20분 안팎방영한다는 생각이다. 주말에는 「MBC 뉴스」(토·일 밤 10시)를 신설하고 생활정보나 대중문화 등 말랑말랑한 뉴스도 과감하게 다루겠다는 계획이다.

MBC와 SBS가 제일 신경쓰는 부분은 뉴스 전 광고를 없앨 것인가 여부. 광고가 없다는 점이 KBS의 뉴스 시청률을 끌어 올린 일등공신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기선을 제압하지 않으면 「당한다」는 위기감에 방송 3사가 특종이나 깜짝 놀랄 기획물을 준비중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문제점은 없는가

밤 9시에는 무조건 뉴스만 봐야 하나? 뉴스경쟁이 가져올 대표적인 부작용은 바로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 축소」. 사실 메인 뉴스가 우리처럼 9시대에 집중되는 나라는 드물다. 일본의 경우 NHK는 하오 7시40분과 하오 9시, TV아사히(조일)는 밤 10시, TBS는 하오 6시, 후지(부토)TV는 밤 11시에 메인뉴스를 편성한다. 영국도 BBC 1은 하오 9시, BBC 2는 밤 10시 30분, 민방인 ITV는 밤 10시에 메인뉴스를 내보낸다.

더욱 큰 문제는 뉴스 시간대의 중복편성이 「뉴스 자체의 중복」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점. 지난해말 부경희 전 한국방송개발원 연구원이 발표한 「TV뉴스 프로그램의 종단적 국제비교연구」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각 방송의 평균 뉴스시간은 하루 300분 안팎으로 130∼150분인 외국보다 많다. 그러나 각 시간대별 뉴스는 구성이나 진행형식은 물론, 소재마저도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방송 내에서는 물론이고 서로 다른 방송끼리도 마찬가지다. 방송전문가들은 치열한 뉴스경쟁은 서로 눈치보기를 조장해 뉴스 중복현상을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달라지는 뉴스

최근 뉴스가 바뀌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화면, 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효과음, 서정적인 배경음악 등. 소재마저 감각적이다.

일부 다큐멘터리에서나 사용되는 재연기법이 뉴스에 버젓이 등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KBS 보도국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뉴스는 속보·특종경쟁이었지만 앞으로는 「재미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따라서 방송기자도 취재력보다는 표현력이나 구성력이 더욱 많이 요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무장공비 침투사건이나 황장엽 망명사건 등 대형사건 때마다 치열한 뉴스전쟁이 벌어진다. 작전상 통제된 지역을 무작정 들어가 총을 겨누고 있는 병사를 인터뷰한다. 내일 비가 온다는 사실을 예보하기 위해 기상캐스터가 비옷을 입고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하는 시청자 감각에 맞춘 영상시대의 새로운 뉴스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재미와 현장감을 추구하는 보도에서는 사실은 사라지고 재미만 남는 것이다. 부경희 연구원은 『자극적인 뉴스는 보도 내용보다 화면에 치중한다. 영상만 따라가다 논리적 비약이나 생략, 축소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방송가의 뉴스 보도전쟁. 정보홍수시대의 새로운 길잡이가 될 지, 아니면 시청률의 함정에 빠져 「뉴스 아닌 뉴스」를 쏟아부을지?<박천호 기자>

◎여성앵커는 미모로 승부한다?

「9시 뉴스」의 꽃은 역시 앵커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 결과를 두고 『국회의원이 되려면 우선 앵커부터 되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로 방송 시대, 앵커가 갖는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스시청률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KBS는 공영방송과 경륜이라는 방송국 역사에 걸맞게 지긋한 연배의 앵커를 기용하고 있다. 최동호, 박성범, 이윤성 앵커에 이어 등장한 워싱턴 특파원 출신의 류근찬 앵커는 중량감 있는 진행으로 안방을 공략한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뉴스를 지향하는 MBC는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이인용 앵커가, 젊은 방송 SBS는 무게감 있는 송도균 앵커가 개편 후에도 계속 자리를 지킨다.

재미있는 점은 남성 앵커들의 연배는 방송국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반면 3사의 여성 앵커들은 한결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KBS는 이번 개편에서 황현정의 뒤를 이어 황수경 앵커를 기용했고, MBC는 김지은, SBS는 한수진 앵커가 계속 진행을 맡는다.

여성앵커들의 특징은 모두 20대의 미혼에 미모. 또 기자 출신인 한수진을 제외하고는 역대 여성앵커들은 주로 아나운서 출신이다.

남성앵커들이 비교적 독특한 캐릭터로 기억되는 반면 여성앵커들은 주로 미모로 기억되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 앵커가 시청률 2%를 좌우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앵커들의 중요성이 부각되고는 있지만, 그것은 미인 앵커가 시청률을 높인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앵커가 뉴스를 분담하는 방식도 3사가 똑같다. 중요한 정치 경제 뉴스는 모두 남성앵커들이 독차지 하고, 여성 앵커들은 문화, 국제, 지방뉴스 등 「소프트 뉴스」를 도맡는다. 또 한국방송개발원의 한 연구조사를 보면 남성 앵커들은 『…이 걱정이다』 『…해 자랑스럽다』 등의 다소 주관적이고 가치개입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여성앵커들은 뉴스 원문만을 그대로 읽는 경향이 강하다. 여성 앵커들은 프로그램의 보조자, 단순 전달자에 머무르고 있다는 얘기다.

시청자가 보기에 남성앵커는 왼쪽, 여성앵커는 오른쪽. 남성앵커는 딱딱하고, 중요한 뉴스, 여성앵커는 부드럽고 한가한 뉴스를 전달한다. 이런 시스템은 남녀의 성역할에 대한 사회의 고정관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일까, 고정관습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일까? 뉴스경쟁이 아무리 치열해지고, 뉴스가 아무리 변한다 해도 이런 틀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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