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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만사(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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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는 만사(지평선)

입력
199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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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초 「인사는 만사」라는 각오로 인사를 한다고 했다. 인사가 잘못되면 만사를 그르칠 수 있다는 자각이라는 점에서 퍽 공감이 갔다. 그러나 한보사건 등에서 본바와 같이 김대통령의 인사는 한마디로 「난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소위 「힘깨나 쓰는 기관」은 그동안 모두 이른바 PK, K2 등이 차지했다는게 세론이다. 시중에는 「청와대의 실장은 PK가, 수석비서관은 K2가」하는 비아냥도 있었다. 개각이나 주요부서의 인사가 있을 때마다 여론은 이같은 지연, 학연의 「정실인사」를 질타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임기말의 권력누수를 빌미로 더 강화되기조차 했다.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이번 한보사태는 「중심이 흔들리면 오합지졸이나 다름없는」 정실인사의 부정적인 면모가 여지없이 드러났다. 비서실장을 지낸 경제총수인 부총리는 「나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발뺌을 했다. 또 시절좋았을 땐 「문민 장세동」을 자처했다던 전직 통산부장관은 「과장전결」을 핑계로 댔다. 모두가 하나같이 「나는 아니다」고 발뺌하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누구 하나 주군을 위해, 조직을 위해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이 없다. 철면피한 사람들 뿐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경제문제에 관해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경제수석이라는 사람이다. 어떻게 그의 입에서 「부실경영으로 은행이 쓰러지면 정부가 책임질 수 없다」는 얘기가 천연덕스럽게 나올 수 있었단 말인가. 한국의 은행이 도산할 수 있음에 당연히 초점이 맞춰져 국제적으로 엄청난 파문이 일어나리라는 정도는 평범한 소시민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물며 경제수석이 국가의 공신력파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김대통령은 조만간 대대적인 당정개편을 단행한다고 한다. 이번만이라도 탈지연, 탈학연의 공명정대한 인사로 『내가 사람을 잘못 써서…』하는 후회가 두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이 나라가 PK니, K2니 하는 특정집단의 전유물일 수는 없는 일 아닌가.<논설위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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