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개편의 원칙이 정리돼가는 분위기다. 김영삼 대통령이 사과담화에서 「인사개혁」의 의지를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일단 여론을 거스르지않는 순리적 인사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화합, 능력이 인선의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총리의 경우 행정부를 책임지고 통할, 대통령의 행정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인사로 발탁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따라 행정경험을 갖춘 화합적 이미지의 인사들이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다. 신한국당 대표는 당을 장악하고 경선과정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원칙이 서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비서실을 장악할 수 있고 정치권을 잘 아는 중량급이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총리/행정 밝은 화합형 인사/김만제 회장·고건 총장 유력후보 부상
국무총리는 시국상황과 맞물려 인선되는게 상례다. 민심이반이 심각한 지금, 총리는 상처받은 국민정서를 어루만질 수 있는 화합형 인사여야 한다는데 이론이 없다. 그러나 과거처럼 단순히 「얼굴마담」을 발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권 후반기에 대통령 대신 행정부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권의 한 고위인사는 『그동안 총리가 행정부를 잘 알지못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었다』며 행정경험을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고건 명지대 총장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시장과 장관직을 두루 거친 행정전문가인데다 청렴한 이미지를 갖추고있어 한보사태 이후의 행정부를 책임지기에 적합하다는 평이다. 김만제 포철 회장도 재무장관과 경제부총리를 역임한데다 실물경제 경험도 갖고있어 경제난극복 차원에서 발탁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김회장은 27일 김대통령과 오찬을 가져 관심을 끌고있다.
그러나 포철측은 『오찬은 3월14일의 주주총회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김회장의 연임이 확정된 것으로 안다』고 총리기용설을 부인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포철측 설명이 정확하며 오찬은 이미 1주일전에 예정된 것으로 의미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지역적으로도 고총장이나 김회장은 유효한 카드이다. 고총장은 호남출신으로 국민화합의 상징적 이미지에 걸맞고, 김회장은 TK출신으로 여권 지역기반을 다질 수 있다는 실리적 측면을 갖고있다.
이들 외에도 행정경험이 있는 정치인인 이한동 김종호 의원 등도 거명되고 있다. 그러나 나라가 위기국면에 처해있는 현실에서는 정치총리보다는 행정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행정총리가 절실하다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다만 각료에 전국구 의원들이 발탁될 개연성도 없지않다. 이홍구 대표도 25일 청와대 주례보고에서 『당의 사기를 높이고 정치력있는 각료로 관료사회를 장악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한 바 있다. 이와는 달리 장관들의 사전선거운동이 금지되는 시한이 「대선전 6개월」임을 감안하면, 아예 행정전문가들로 내각을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당대표/당내 경선 공정관리자/이한동·이만섭·김명윤·김종호씨 거명
신한국당 대표 인선에서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사항은 경선과정의 공정한 관리이다. 당직자들은 『후보가 되려는 대표가 아니라 후보를 만드는 대표일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있다. 한 민주계 당직자는 『전당대회가 7, 8월에 있다해도 사전선거운동, 리허설은 2달전인 5, 6월부터 시작될 것이다. 새 대표가 2달후의 경쟁에 나서겠다면 당이 온전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논리는 당 뿐만아니라 청와대 실무진의 보고서에서도 핵심골간이 되고있다. 대권주자들도 『내가 대표가 안된다면 다른 대권주자도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권주자가 대표가 될 가능성은 적은 상황이다.
다만 대권주자가 관리자 역할을 자임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명확히 대권 포기선언을 하지않더라도 사실상 대권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묵시적 약속이 있다면, 해당 대권주자는 대표가 될 수 있다. 아울러 고려할 점은 당을 장악할 수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 인사라는 사실만이 대표의 조건일 수는 없고 당을 효율적으로 이끌 수 있는 리더십도 중요한 측면이다.
이런 전제조건들을 고려하면, 이한동 고문이 물망에 오른다. 그러나 이고문이 대권주자이기 때문에 다른 주자들의 견제를 받고있다. 영입파를 비롯 민주계 주자들도 『대권에 뜻을 접으면 대표로 밀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이고문의 대표 기용여부는 대권에 대한 입장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관리형 대표라는 우선적 원칙에 충실한다면, 이만섭 김명윤 고문 김종호 의원이 유력해진다. 이중에서도 국회의장을 역임, 나름대로 곧은 이미지를 갖고있는 이의원의 가능성이 높은 편이며, 김의원도 대통령의 뜻을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 평가되고 있다.
당3역은 위기국면을 헤쳐가야 한다는 측면에서 중진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총장에는 민주계 5선인 박관용 의원, 총무에는 민정계 5선인 양정규 의원을 비롯 4선의 이세기, 3선의 박희태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정책위의장에는 이세기, 김중위 의원과 3선의 강재섭 백남치 이해구 의원이 거명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청와대 비서실장/정치력 갖춘 무계파형/오인환 공보·김용태 전 내무 물망
청와대비서실은 이번 당정개편에서 김광일 실장과 이원종 정무수석의 경질여부가 최대관심사이다. 두사람의 사이의 갈등설이 불거진 마당에 어떤 형태로든지 김영삼 대통령이 이들을 정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일단 김대통령이 누구 한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를 피하기 위해 동시퇴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이 김실장만 남기거나 아니면 앞으로 전개될 복잡한 정치일정을 감안, 이수석을 옆에 두게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않다.
김실장이 경질될 경우 후임자는 정치적 인물 보다는 실무형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전임인 박관용 국회통일외무위원장과 한승수 경제부총리나 김실장 등이 정치인 출신이어서 비서실장에게 요구되는 덕목인 체계적 보좌기능 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지적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실무형으로는 임기말의 권력누수 현상을 최대한 방지하면서 대선관리까지 챙길 수 있을지는 부정적인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 비서실의 긴장이 풀어지고 화합이 깨졌다는 자성론이 일면서 탄탄한 행정경험에다 포용력이 있는 인물이 등용돼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김대통령은 이른바 「빅4」 가운데 어느 자리보다 비서실장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계파 배제론은 염두에 두지않고 인선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은 대통령의 심중을 철저히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면 안된다는 이유에서다. 김대통령과 함께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인물로서는 짧은 재임 기간동안 김대통령의 사고와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대통령은 정권재창출에 비중을 두어 정치적으로 중량감 있으면서 지역이나 계파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지 않을 인물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현재 청와대 주변에서 거론되는 비서실장 물망에 오른 인사는 오인환 공보처장관과 김용태 전 내무장관 등이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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