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비리사건 등에 관한 대국민사과 담화 이후 김영삼 대통령이 내각과 집권당, 그리고 청와대 고위참모들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민으로서는 갖가지 실정과 경기침체 등에 따른 국가적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야말로 능력있는 인사들을 과감하게 기용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원래 개각 등 요직 개편은 국정을 쇄신하고 국민에게 책임행정의 자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막중하다.
건국이래 인사에 성공한 대통령으로는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꼽힌다. 적재의 발굴 기용으로 국기를 세우고 국난을 극복했으며 경제개발을 이룩했던 것이다. 반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인사의 실패 케이스로 평가된다. 개각 보각 운운하며 수시로 교체했다. 특히 노 전대통령은 5년 임기동안 정무 10, 내무 8, 건설 6, 법부·농수산 5명 등 모두 124명의 장관을 기용하여 평균 1년1개월의 재임을 기록해 장관의 권위를 실추시켰다.
그러나 인사에 관한한 김대통령은 국민에게 더 많은 실망을 주었다. 인사는 만사라며 공정·정확인사를 누차 공언한 것과는 달리 지나친 비밀주의와 검증미비 등으로 출범 수일만에 보사장관과 서울시장의 교체로 어리둥절케 했다. 그후 임기 4년동안 6명의 총리를 비롯, 통일부총리 6, 경제부총리 5, 복지부와 총무처 6, 교육부장관 4명 등을 경질했는가 하면 이형구 노동, 이양호 국방장관 등이 뇌물사건으로 구속되어 실망을 안겨 주었다. 게다가 요직 인사때마다 지역과 특정 학교 등 연에 의한 편중인사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국민은 끊임없는 교체행진, 편중인사에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특히 오래전부터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씨와 그의 측근들이 요직 인사에 개입,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설이 꼬리를 물어 국민을 분노케 했다. 실제 현철씨 측근인사들이 청와대 비서실과 정부요소에 기용되어 많은 의혹을 사왔었다. 그야말로 인사의 난맥을 연출했던 것이다.
사실 국민은 김대통령이 「제2의 조각」 「제2의 건국」 운운하며 요직개편을 해도 감동도 관심도 잊은지 오래다. 그러나 이번 경우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이번 개편은 김대통령의 임기중 마지막 인사여야 한다. 이 이상 무슨 인사를 할 것인가. 난국과 민심수습의 성패를 마지막 인사에 걸고 내각·당·청와대 비서진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물론 밀실인사나 지역·학교 등의 편중인사도, 측근·가신들의 기용도 피해야 한다. 우선 내각과 비서진에는 눈치 안보고 책임감이 강하며 정치적 사심없이 오직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는 유능한 각계 전문가를 기용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결코 소홀히 해선 안 될 것은 고도의 전문성이다. 그간 너무 많은 자격미달 인사의 등용으로 정부의 질이 떨어졌음을 감안해야 한다. 물론 그동안 한눈 안팔고 소임을 다해온 인사들은 마땅히 중임케 해야할 것이다.
김대통령은 마음을 비우고 또 활짝 열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다운 인사, 만사를 보여줘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