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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촌 강행/중동평화 뿌리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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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촌 강행/중동평화 뿌리째 흔들

입력
1997.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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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격분… 미·EU도 비난 성명벤야민 네탄야후 이스라엘 총리가 중동평화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에 또 불을 당겼다. 동예루살렘 외곽 하르호마지역에 11번째 정착촌을 건설하기로 26일 결정, 팔레스타인측과 아랍권의 반발은 물론 최대우방인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했다. 불과 40일전 헤브론군 철수협정 체결로 가까스로 마련된 해빙 분위기도 살벌한 대결 구도로 순식간에 급반전됐다.

귀속권 논란의 핵심지역인 동예루살렘 외곽에 6,500가구 규모의 정착촌 건설을 강행하려는 네탄야후의 의도는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동예루살렘 곳곳에 배치된 정착촌을 교두보 삼아 이 지역의 관할권을 확고히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동예루살렘을 회복해 장차 수도로 삼겠다는 팔레스타인의 염원을 알고있는 이스라엘이 정착촌이라는 든든한 「대못」을 미리 박아놓자는 것.

향후 3단계 중동협상에서 동예루살렘 지위를 흥정하지 않을 뿐더러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도 영향력 행사의 끈을 마련하자는 의도가 복합적으로 내재됐다. 네탄야후의 초강수 배경에는 스캔들 정국을 모면하려는 그의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 검찰총장 임명비리 스캔들로 곤경에 처한 그가 「안보카드」로 국면 전환을 노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정치권의 돈줄인 일부 건설업체가 10억달러 규모의 하르호마 정착촌 건설을 수주하기 위해 집중적으로 로비한 게 주효했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팔레스타인측은 일각에서 폭동조짐이 나타날 정도로 격앙돼 있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대통령)은 이를 평화협정 위반으로 규정, 유엔과 아랍국가의 공동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인 2,000명은 즉각 툴카람에서 격렬한 시위에 들어갔으며 요르단강 서안 전역에서 유혈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네탄야후는 팔레스타인 폭력사태가 발생할 경우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요르단강 서안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완료계획을 연기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인근 아랍국가들도 격분했다. 요르단은 아랍권 긴급정상회담 소집을 촉구했고 시리아는 『정착촌건설은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강력 경고했다.

서방의 대이스라엘 시각도 싸늘하다. 최대 맹방을 자처해 온 미국도 이례적으로 『정착촌건설은 신뢰 구축에 반하는 조치』라고 비난했으며 유럽연합(EU)은 「깊은 유감」을 나타낸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은 별도로 맬콤 리프킨 외무장관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네탄야후가 이스라엘 총리이기에 망정이지 이라크 대통령이었다면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뭇매를 맞았을 것』이라는 서방관측통의 분석이 의미심장하다.

▷유대인 정착촌이란◁

이스라엘은 67년 중동전당시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뒤 예루살렘의 고도와 병합해 수도로 선포했다. 이스라엘은 국제적 승인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 이제까지 70㎢면적의 동예루살렘 지역에 10개 정착촌을 건설해 16만5,000명의 유대인이 거주해 왔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은 16만명.

기존 유대인 정착촌은 동예루살렘 경계지역을 둘러싸고 배치됐는데 이는 팔레스타인인이 집단 거주했던 동예루살렘과 그 배후지인 요르단강 서안을 차단하기 위한 이스라엘의 전략적 고려에 의해 이뤄졌다.<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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