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학 전공편중 현상/비인기과 1명도 없기도(흔들리는 학부제:1)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학 전공편중 현상/비인기과 1명도 없기도(흔들리는 학부제:1)

입력
1997.02.27 00:00
0 0

◎성적순 배정땐 「자퇴」 등 부작용/학문·인재공급단절 폐해 심각학부제가 흔들린다. 시행 2년째인 학부제는 학과 세분화에 따른 교육과정 중복편성, 인력·예산투자의 비효율성 등 문제점을 크게 개선했으나 교육부의 다소 일방적인 권유와 대학의 무원칙한 운영으로 여전히 부작용이 많다. 학부제를 「대학교육의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취지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새 학기를 앞두고 실태를 점검한다.<편집자 주>

서강대가 최근 실시한 2학년 진학생의 전공신청 접수결과는 학부제의 문제점을 잘 보여준다. 문학부 외국어문계 2백4명 중 영문학전공 지원자는 1백96명으로 96.1%나 됐고 독문학, 불문학전공 신청자는 5명, 3명뿐이었다. 사회과학부에서는 신문방송학이 79%, 자연과학부에서는 수학이 35.1%, 공학부에서는 전자공학이 41.8%였다. 신학전공은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연세대도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영(81.8%), 전자공학(49.5%), 영문(28.5%) 등 일부 인기학과 선호현상이 뚜렷했다.

전공편중은 학부제를 시행하는 모든 대학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이른바 「인기전공」과 「비인기전공」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공편중 해소는 학부제 정착여부를 가름하는 시금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일부 대학은 성적순 배정방식을 도입했다가 부작용만 낳았다. 한국외대 용인캠퍼스가 2학년 진학생들에게 성적순배정을 시도하자 겨울방학동안 장기간 농성사태가 벌어졌다. 이 대학 모성훈(23·사학4)씨는 『자연대생중 전공이 탐탁지 않아 휴학 자퇴를 고려하는 학생이 10%를 넘으며 일부는 올해 다른 대학에 응시했다』고 말했다. 한 고려대 교수는 『원하지 않는 학과에 배정된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학부제 탈퇴움직임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 공대 섬유고분자전공 교수들은 얼마 전 전공희망자가 적자 학부탈퇴를 선언했다. 학교측의 만류로 일단 유보는 했으나 새 학기 대학본부에 탈퇴서를 제출, 내년에는 신입생을 별도 모집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편중은 우선 교수인력 조정, 시설·공간 재배치를 초래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학문·인재공급의 단절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극단적으로 전공이 폐지되거나 수년간 단 1명의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같은 폐해는 준학부제라 할 수 있는 70년대의 계열제 모집이 빚은 부작용에서도 확인된다. 서울대는 최근 몇년간 자연대 생물학과 환경관련 전공교수를 뽑지 못했다. 필요한 분야이지만 계열제 모집당시 지원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은 지난 해부터 교수충원을 동결했다. 학생들의 지원경향을 보고 인기전공 교수를 뽑겠다는 복안이다. 대학측은 『비인기전공 교수에 대한 감원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방대 등 상당수 대학의 비인기전공 교수들은 실직에 대한 불안으로 교수충원을 거부하고 주 20여시간씩 강의하는 사례도 있다. 건국대는 수강생이 1명만 있어도 전공을 폐지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해야했다.<최윤필·윤순환 기자>

◎유사·인접학문 「대과」로 운영/작년 첫 도입… 올 94개대 채택

▷학부제◁

학제간 유기적 협력이 이뤄지도록 구성된 교육행정단위로 기존 학과보다 크고 단과대보다는 작은 편제. 2개 이상의 인접 또는 유사학문을 하나의 대과로 모으고 그 밑에 둘 이상의 전공을 둘 수 있게 했다. 학과는 설치할 수 없다. 95년 교육법개정으로 정부가 도입을 권장하자 96학년도에 1백34개 4년제대학(개방대 제외) 중 77개, 97학년도에는 1백50개 4년제대학(〃) 중 94개 대학이 도입했다. 40개 대학은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는 부분적으로 도입하거나 원용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