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한 요리법+잔잔한 재미/식문화 발달따라 남성들도 관심요리를 주제로 한 만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 세계 여러나라의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들이 서점이나 대여점에서 인기를 모아 이제 요리가 결혼을 한 주부들만의 관심사가 아님을 증언하고 있다.
요리만화의 인기를 점화한 작품은 일본만화 「미스터 초밥왕」(학산문화사)이다. 96년 첫 번역본이 나온 후 12권까지 발간됐다. 만화를 10대 어린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나쁜 책으로만 생각하는 세대에게는 생소하지만 이러한 요리만화는 요즘 30대의 독자까지 확보한 오락책이 되었다. 일본만화에 흔한 폭력성이 적고 요리법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잔잔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일본문화가 배어 있어 문화적 스필오버(spill―over 국경범람현상)를 일으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낳는다. 18세 청소년이 초밥집에서 고생을 겪으며 유명한 조리사가 된다는 내용의 「미스터 초밥왕」에 대해 컴퓨터통신 하이텔의 식도락동호회원 안홍규(25)씨는 『초밥 제조과정을 상세히 보여줘 요리에 대한 이해를 돕고 식욕을 당기게 하는 만화』라고 말한다.
「중화제일권」(우일) 「사랑의 철냄비」 「소림사 주방장」처럼 중국요리를 다룬 만화도 있고 「캡틴 세프」처럼 프랑스요리를 보여주는 만화도 있다. 이밖에도 인기있는 요리만화는 「아빠는 요리사」(학산문화사) 「맛있는 관계」(예원사) 「천하 제일 요리왕」(연하) 「꿈 색깔 요리」(삼성코믹스) 등. 「아빠는 요리사」는 아내보다 요리를 잘하는 남편이 주인공으로 옴니버스 형식의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모닝 에그 토스트, 야채밥, 숙취에 좋은 음식 등을 만드는 법이 요리책을 보는 것처럼 상세하다.
소년챔프 편집부 황민호(36)씨는 『많은 일본만화잡지에 요리만화가 연재된다. 일본적인 문화 때문이라기 보다는 남성도 아이들도 음식에 관심이 많아진, 바뀐 사회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의 요리만화는 걸음마 수준. 지난 92년 「만화챔프」에 연재되었던 조명훈의 「금두꺼비」가 거의 유일했다. 그러나 이 만화는 포장마차에서 라면을 팔던 주인공이 대기업을 일군다는 기업만화로 주로 라면의 요리법만이 나와 있다.
만화잡지 「이슈」에 김미림씨의 「비저비」가 3월부터 연재되는 등 국내에서도 요리만화가 등장할 전망이다. 황민호씨는 『요리는 문화다. 우리 요리를 만화화할 수 있는 작가가 아쉽다』고 지적한다.<노향란 기자>노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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