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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기근시대 오는가/4년째 겨울가뭄에 농심이 목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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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기근시대 오는가/4년째 겨울가뭄에 농심이 목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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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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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보다 더 문제는 만성적 물부족 사태 조짐/저수시설 빈약·물오염에 끝없이 느는 소비량은/4∼5년내 ‘물부족 국가’로 전락을 예고한다겨울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25일 전국적으로 오랫만에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올들어 강수량은 40㎜안팎에 불과, 최근 5년간 가장 강수량이 적었던 95년 같은 기간의 44㎜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에따라 식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전국 9개 다목적 댐의 평균 저수량이 지난해보다 10%포인트가 낮은 34%를 기록, 영호남 일부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댐의 정상가동을 위한 최소 적정치인 70%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수량이다. 게다가 3월에도 강수량이 적어 해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기상청의 장기예보가 나와있어 중부지방에까지 물부족사태가 확대되고 4월부터 시작되는 쌀농사마저 차질을 빚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 나아가 『만약 이런 상황이 4월까지 이어진다면 물부족으로 인해 나라전체가 엄청난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물문제에 대한 수자원공사 등 물수급 관련기관의 전문가와 학자, 그리고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현실진단은 이 보다 훨씬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일시적 물부족 차원을 넘어 만성적인 물기근이 닥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94년부터 4년째 계속되고 있는 겨울가뭄과 평년 수준을 밑도는 연간 강수량도 심상치 않거니와 우리나라의 물소비와 수급체계가 구조적으로 큰 문제점들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날로 늘어만 가는 물 소비량, 태부족인 저수시설, 수질오염 악화에 따른 가용 수자원의 감소 등이 그것이다.

건설교통부와 수자원공사가 지난해말 확정한 「수자원 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94년에는 물의 총수요가 300억톤, 총공급이 324억톤으로 공급여유량이 24억톤에 달했지만 2001년에는 수요와 공급이 336억톤, 343억톤으로 거의 같아진다. 이어 2006년에는 각각 350억톤, 346억톤으로 연간 4억톤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나타났다. 설령 예년 평균수준의 비가 해마다 내린다 해도 4∼5년후부터는 물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에 내리는 빗물중 댐과 저수지, 담수호에 보관되거나 하천에 유입돼 식수와 농·공업 용수로 이용되는 양은 23%에 불과하고 나머지 77%는 증발되거나 바다로 흘러가 유실된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빗물 이용률이 30∼40%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나라에 댐과 저수지, 담수호 등 저수시설이 부족하다는 증거다. 한국건설기술연구소의 김승수 자원연구실장은 『이 때문에 장마가 빨리 끝나거나 태풍이 비껴 가 강수량이 약간만 감소해도 물부족이 생길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질오염도 물부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수질이 현 추세대로 나빠질 경우 10대강 유역의 용수 공급량이 연간 수천만톤씩 줄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 토목공학과의 박희경 교수는 『특히 총수량이 한강의 3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상·하류를 가릴 것없이 공단이 즐비하게 입주해있는 낙동강 수계의 오염과 이에따른 물부족사태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가 우리 국민들의 물 낭비풍조는 가히 위험수준에 달해있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평균 수돗물 사용량은 394ℓ(94년 기준)로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7개국의 사용량(299ℓ)보다 95ℓ나 많다. 특히 200ℓ수준인 독일과 프랑스보다는 2배나 더 사용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수도요금은 ℓ당 200원(서울기준)으로 프랑스 파리나 일본 도쿄의 7분의 1정도에 지나지 않아 과소비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양대 토목공학과의 윤태훈 교수는 『물 과소비 현상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물 공급부족의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 상수도관의 노후로 수돗물 총공급량중 무려 16%가 써보지도 못하고 없어지는 수자원 증발도 물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저런 이유들 때문에 우리나라는 95년 유엔산하기구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 의해 「물부족국가」로 분류된 적도 있다.

정부는 2006년까지 20개의 다목적 댐을 새로 건설한다는 물부족 해소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워낙 막대한 자본이 필요해 예산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데다 댐 건설예정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불문가지이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건교부는 20개의 건설예정 댐중 17개 댐의 입지를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채 쉬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가뭄이 장기화하는 기상이변이 우리나라를 덮친다면 사태는 정말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할 수 밖에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설마 그런 일이야 있겠느냐』며 다소 막연한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최근의 강수량 감소 추세에 비추어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만은 없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건설기술연구원의 김실장은 『서울의 강수량은 강수량 측정이 시작된 18세기 후반부터 지금까지 표준편차가 376㎜에 이를 만큼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1900년부터 10여년동안은 평균치인 1,216㎜에 크게 못미치는 300∼800㎜의 비가 내리는 극심한 가뭄이 계속된 적도 있는 만큼 보다 과감한 물대책마련과 투자가 지금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유성식 기자>

◎영남 가뭄현장 르포/“물없어 밥도 못해먹어요”/몇달째 단수·제한급수/농사·공장가동도 어려움

『한마디로 물전쟁입니다. 예전엔 쌀이 없어 밥을 못 먹었지만 요즘은 물이 없어 밥을 못 먹어요』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있는 경주시 배반동 주민들의 얘기는 4년째 계속되고 있는 남부지방 가뭄의 심각성을 잘 대변해 준다.

25일 한달만에 비가 내리긴 했지만 강수량이 4㎜에 그쳐 해갈엔 턱없이 부족했다. 올해 경주·포항 지역의 강수량은 12.9㎜로 평년의 50%수준에 불과하다. 26일 현재 경주 덕동댐의 저수율과 수위는 34%와 153m로 격감했다. 수위가 너무 낮아 수위표가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이고 댐 취수구 조차 수면위로 덩그라니 드러나 있는 상태다. 댐에서 공급하는 물의 양도 1만7,000톤으로 절반이상 줄어 나머지 2만톤은 형산강 상류에서 펌프를 이용, 끌어 오고 있다.

이로 인해 경주시 배반동과 구황동 일대에 수돗물이 안 나오거나 제한급수가 실시돼 주민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주민 정장선(50)씨는 『1월초부터 수돗물이 아예 안나와 아랫동네에서 경운기로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며 『돈이 없어 자체 관정을 뚫기도 힘든 데다 시당국이 급수차 요청마저 외면해 난감하기만 하다』고 물부족을 호소했다.

시당국은 긴급 급수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가뭄이 몇년째 계속돼 사실상 비가 더 오기만 기다리는 실정이다. 시청 수도과 성환상 시설계장은 『현재까지는 일부 관말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식수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3월 중순까지 적정량의 비가 오지않을 경우 경주 전지역에 대해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보리 등 월동작물의 피해도 늘어 잎이 시들고 생육이 멈추는 위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주 건천읍 조전리 정임탁씨는 『입춘이 지나면 잎이 파릇파릇하게 돋고 키도 10㎝가량 자라야 하는데 잎의 크기나 수가 크게 모자란다』며 『4, 5월까지 가뭄이 계속되면 벼농사까지 차질을 빚게 돼 걱정』이라고 말했다.

포항지역도 식수 및 농·공업용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포항제철은 용수의 주공급원인 영천댐의 저수율이 29%로 떨어짐에 따라 용수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제철의 200여 협력업체가 입주해 있는 포항철강공단 신태운 관리과장은 『95년과 같은 극심한 용수난을 다시 겪는 것이 아닌지 입주업체들의 걱정이 크다』 며 『업체별로 지하수 개발과 폐수 재활용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울산 및 양산지역도 가뭄이 심각하다. 현대중공업 등 현대그룹 계열사들은 울산시의 용수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에 대비, 자체댐 물가두기와 낙동강물 이용 등 용수 수급계획을 세우고 세차 안하기, 용수 10% 아끼기 등 절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양산군 웅상읍은 지난해 10월부터 관내 6개 마을 1,400여 세대에 시간제 급수를 실시한 데 이어 이달 14일부터는 평산리 일대 아파트 3,600세대에 대해 제한급수를 시작했다. 조만간 격일제 급수와 급수차를 이용한 운반급수가 불가피한 상태다. 주민 박정숙(50·여)씨는 『수돗물이 밤에만 나와 고무물통 몇개에 물을 받아 놓고 쓰고 있다』며 『물에서 냄새가 나 끓이지 않으면 먹지 못하고 설거지나 빨래도 모아서 하는 등 불편이 많다』고 호소했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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