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혈압은 장수 도움/결코 해롭지 않다/90∼110 수축기혈압땐 혈액순환 잘돼/동맥경화·치매질환 등도 덜 나타나최근 처할머님이 돌아가셨다. 1897년 출생한 분이니 꼭 100년을 사신 셈이다. 그 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아무런 잔병이 없었다. 미국에서 25년만에 세배온 증손자에게 밀린 세뱃돈까지 챙겨줄 정도로 기억력도 뛰어났다.
그런데 그 분의 혈압은 항상 「저혈압」이었다. 수축기 혈압이 100∼110, 이완기 혈압은 70∼80정도였다. 얼마전 운동선수가 가벼운 교통사고로 응급실에 왔었다. 수축기 혈압이 90정도에 불과했던 그는 씩씩한 말투로 『나는 항상 저혈압이에요』라고 말했다.
최근 TV에서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더 위험하다」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물론 출혈 심근경색이나 지나친 혈압강하제 투여로 혈압이 떨어져 뇌혈관에 산소공급이 안될 정도라면 문제가 된다.
그러나 항상 90∼110정도의 수축기 혈압을 유지하면 위험하기보다는 오히려 천수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필자는 직업상 많은 저혈압환자를 봐왔다. 오히려 80세이상 고령자가 50, 60대에 비해 혈압이 낮은 경우가 많고 이런 분들은 두뇌가 명석하고 혈압이 높은 사람에 비해 치매현상도 덜 나타났다.
혈압이 높으면 높을수록 혈관내피에 손상을 입히고 혈관 자체의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특히 혈관의 이완현상을 방해, 장기에 필요한 혈액공급을 차단한다. 이런 현상이 뇌혈관에 오면 뇌경색을, 신장혈관에 오면 신장경색이나 악성고혈압을 일으킨다. 심장의 관상동맥을 막아 심근경색을 초래하며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혈압이란 신체의 혈액공급에 필요한 압력을 말한다. 혈압은 심장의 혈액박출량과 말초혈관의 저항에 비례한다. 심장혈액 박출량이 많을수록, 말초혈관의 저항이 클수록 혈압은 높아진다. 항상 혈압이 낮은 사람은 주로 말초혈관의 이완이 잘 되는 경우여서 혈액순환이 쉽게 된다. 혈압이 낮으면 혈관내벽의 손상이 적고 동맥경화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뇌 심장 신장 등 중요 장기에 혈행장애가 없어 오히려 장수의 필요조건이 됐으면 됐지 절대로 해롭지 않다.
특히 심장기능이 약한 환자는 혈관확장제를 이용, 혈압을 80∼90으로 유지해 심장의 부담을 줄임으로써 심장의 수축이완 기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저혈압이 건강에 해롭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의 오해가 풀리기를 바란다.<최병일 아주대 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순환기내과 과장>최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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