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 시인 “그래도 개혁한다”/사정보다 제도보완쪽에 큰 비중/“독선” 비판의식 다양한 의견 수렴/부정부패 척결·경제살리기·안보태세 강화·공정한 대선관리김영삼 대통령이 25일 특별담화에서 제시한 남은 임기 1년동안의 국정과제 네가지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개혁을 위한 부정부패 척결이나 ▲안보태세 강화 등은 문민정부 출범이래의 변함없는 국정운영기조이다. ▲경제살리기와 ▲공정한 대선관리도 지난 1월7일 연두기자회견 때 밝힌 5대 국정과제의 테두리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번의 4대 과제가 다른 어느 때보다 깊은 의미를 갖는 것은 김대통령의 현실인식에 대한 변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대통령은 담화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부덕의 결과』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는 등 한없이 자세를 낮추었다. 『개혁과정에서 미흡한 점과 시행착오로 불편과 고통을 준적이 없지 않았다』고 잘못을 솔직히 시인했다. 그동안 개혁의 당위성이나 성과만을 강조하는 등 현실인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국정수행에 독선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김대통령으로서는 중요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4대 국정과제를 추진하는 기본 자세와 태도에서부터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각료나 청와대 참모진들과의 일대일 면담에서 비밀지시를 내리는 등의 폐쇄적 스타일을 지양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통령은 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부패 척결을 국정의 첫째 과제로 제시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 개혁임을 다시 한번 천명한 셈이다. 다만 사정 등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제도 개혁과 보완으로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대통령은 『필요하다면』이란 단서를 달긴 했으나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재개정 의사까지 밝혔다. 정치권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무엇보다 인사개혁을 강조했다. 「인사가 만사」라고 강조해온 김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최측근 인사들마저 비리에 얽혀든 상황에서 혁신적 인사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는 판단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정운영의 공백을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이른 시일내에 대대적인 여권의 진용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대통령은 여권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당원들의 결정을 전적으로 존중하고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유경선을 보장하겠다는 의사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연두기자회견에서 『후보결정에 대한 나의 뜻을 분명히 밝히겠다』는 입장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그러나 후보선출 방식이나 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어 앞으로 정치권이나 국민의 궁금증은 더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대통령은 여전히 중소기업과 영세상공인들에 대한 지원과 근로자 고용안정 대책의 차질없는 시행을 다짐했다. 「경제 살리기」란 절박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가 궁극적으로는 경제실적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깊이 인식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안보태세 강화에 언급, 『어떤 명분으로도 국가안보를 해치는 언행은 용납돼서는 안된다』고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이는 좌경인사나 학생들의 무분별한 시위 등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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