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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변화·개혁할때/오덕균(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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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육 변화·개혁할때/오덕균(이렇게 생각한다)

입력
1997.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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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합격한 학생들이 다시 취업이라는 벽을 넘기위해 도서관에서, 고시원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어요. 또 2학년생이 학원강의만 듣고 사시에 합격했다는 얘기가 자랑스레 전해오고 있습니다』 한 국립대 법학과 교수가 대학이 거대한 고시학원화하고 있는 현실을 두고 한 말이다.그런데도 교수들은 어떻게 스스로를 개혁하고, 연구분위기와 학문적 경쟁풍토를 주도해 나가느냐에 관심을 두기보다 「내사람 심기」에 몰두하고 있다. 게다가 대학총장 선거는 학연, 지연 이용에다 향응까지 베푸는 난장판이라니 착잡하기 그지없다.

그러니 학생들은 강의실보다 술집에 있기를 좋아하고, 그나마 남아있는 학생들조차 명강의를 하는 교수보다 학점을 잘 주는 인기교수를 찾아간다. 발전을 위한 비판과 토론, 창조를 위한 고뇌에 가득찬 지성의 모습은 대학 어느 구석에서도 찾을 수 없다. 물론 어둠은 어디든 있는 법이지만 우리 대학들의 그것은 파괴력이 크다.

개혁할 때가 왔다. 대학교육의 기회가 극히 제한되고 대학에 다닌다는 사실이 바로 지성인의 징표로 받아들여지던 반세기전의 체제가 이제 200만명이 넘는 대학생 수를 헤아리게 된 상황에서도 그대로 통용될 수는 없다. 격변하는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 대학은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무한경쟁 시대에 사회경쟁력의 원천은 대학이다. 그러나 우리 대학들은 변화의 시대에 가장 변하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봉건적 문화에 길들여져 자신이 죽어가는 줄로 모르는 공룡이 된 지 오래다. 획일적인 인간상을 강요하는 대학에서 무슨 21세기의 주역을 기대하는가.

미국에서는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지 못하면 저소득계층으로 떨어지고 만다」는 위기감이 도처에 팽배해있다. 그래서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21세기 정보화사회에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로 교육을 꼽고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이것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국가간에 치열한 전방위적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국가의 총체적 힘을 결집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점에서 대학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

대학은 머리좋은 공부벌레를 키워내는 곳이 아니다. 입사시험이나 국가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도서관을 개방하는 학원은 더욱 아니다.

사회를 이끌어갈 재목들을 길러내는 곳이 아닌가. 기회주의적 교육관이 팽배해 있고 무사안일주의에 근거한 타성과 관행이 판치고 있는 늪에서 성장하는 미래세대를 건져내자. 그리고 그들에게 전통을 이어가면서 새롭게 다가오는 미래사회에 대응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을 마련해 줄 수 있도록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자.<엑스포기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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