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등소평 환상’ 바로보기/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등소평 환상’ 바로보기/이장훈 국제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2.26 00:00
0 0

13억 중국을 이끌어온 최고지도자 덩샤오핑(등소평)이 25일 마침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중국은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해왔으며 이는 등의 개혁·개방정책 덕분이라고 중국인들은 말하고 있다.마오쩌둥(모택동) 이후 중국이 세계강국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도 그의 업적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흑묘백묘론(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으로 「등 따습고 배부르게 된」 중국인들은 그를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근본적으로 공산주의자이며 중국은 아직도 독재국가라는 사실이 그의 「위대함」에 가려져 있다. 따지고 보면 그의 업적은 공산주의의 오류를 인정한 것에서 비롯된다.

국민이 헐벗고 굶주리는데 공산체제로는 도저히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본주의 방식을 일부 도입한 것이 바로 개혁·개방정책으로 포장된 것이다.

구소련 최고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공산주의의 오류를 알고 개혁·개방정책을 추진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와 고르비가 다른 점이 있다면 고르비는 공산당이 개혁주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고, 등은 공산당을 떠나서는 아무 일도 못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는 이같은 사고방식 때문에 89년 천안문 사태때 민주화 시위를 유혈진압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의 머리에는 공산주의만이 지상최고의 이데올로기로 각인돼 있었다. 후계자로 장쩌민(강택민)을 택한 방식이나 민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독단으로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한 점 등은 그가 비록 「인간의 얼굴」을 강조했어도 민주주의와는 정반대편에 서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때문에 공산주의의 오류를 인정하고 국리민복을 위한다는 등의 신념은 위대하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모르나 등 자신과 그의 이데올로기는 결코 높게 평가할 수 없다.

중국이 아닌 우리의 가치기준에서 볼 때 등과 그의 신념은 분명히 구분돼야 하며 등의 환상을 직시해야만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