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골프장·임도 등 각종 개발사업 ‘홍수’/이동통로 차단된 ‘섬’ 속출… 동식물 멸종위기「냉온대 동식물의 생태계벨트」 「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이 석회석 등을 캐기 위해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동서를 관통한 도로로 숨통이 끊겼다. 또 지자체 등의 개발사업이 속속 진행되면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백두산에서 남으로 내려 뻗은 백두대간의 남한구간은 강원도 진부령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도상거리 670㎞, 실제거리는 1,240㎞이며 강원도 경남·북 충북 전남·북 등 6개 도 12개 시 18개 군에 걸쳐있다. 설악산 오대산 월악산 속리산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 등 7개 국립공원과 태백산 문경새재 등 2개 도립공원은 백두대간의 핵이다.
백두대간의 양쪽으로 어우러진 천연림은 한반도 자연환경의 모든 것. 그러나 최근들어 이같은 천연환경이 송두리째 파괴돼 야생동물의 이동로와 식물전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생태계벨트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대표적인 개발사업은 강원 인제군에 건설중인 시설용량 100만㎾의 양수발전소 건설사업. 댐이 건설되는 설악산과 오대산 중간에 위치한 점봉산은 등대시호 모대미풀 등 10여종의 법정보호식물을 포함해 456종의 한국특산물, 삵 목도리단비 등 멸종위기 동물이 4종, 하늘다람쥐 등 천연기념물 31종이 발견된 곳. 이 일대의 천연림은 92년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생물다양성이 풍부하지만 미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용으로 대형 스키장이 건설된 덕유산에는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이 또 조성될 예정이다. 충북지역의 반대속에 강행되고 있는 속리산 문장대의 용화지구 온천개발사업도 환경파괴를 가속시킬 전망이다.
강릉시 옥계면 자병산과 석병산은 석회석 채광으로 동해안쪽으로 잘려 나가 버렸다. 속리산 인근의 고모치 광산(경북 문경시)과 추풍령 채석장(충북 영동군)도 마찬가지다.
백두대간을 잘라놓은 59개의 동서관통도로와 산림경영 목적으로 개설된 9,000여㎞의 임도도 생태계벨트를 단절시키는 요인이다. 국립공원에도 사람의 발길이 닿는 곳에는 어김없이 도로가 뚫렸다. 설악산에 한계령과 451번 도로, 오대산의 진고개, 소백산의 마구령 고치령 죽령, 월악산에는 하늘재에 도로가 나 있다. 속리산에는 불란치재 밤치에 도로가 건설됐으며 지리산에는 정령치 성삼재 등 2개의 동서관통로가 있다. 지리산 정상을 완전히 절반으로 쪼개는 벽소령도로가 95년 9월에 등산로로 바뀐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이처럼 「거대한 자연공원」인 백두대간이 바둑판처럼 쪼개져 야생동물의 멸종을 부추기고 있다. 「지리산반달곰 파문」이 일면서 환경부는 뒤늦게 지리산 시암재에 14억원을 들여 동물 이동통로를 만드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으나 생태계벨트 복원에는 어림도 없다.
녹색연합 서재철 백두대간 조사팀장은 『생태계의 중심이며 주요 수계의 발원지인 백두대간을 원상회복하는 일이 앞으로 자연환경정책의 핵심』이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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