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발표한 98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을 보면 개선되고 보완된 부분이 적지않다. 수능시험날짜(11월19일)를 일찍이 택일해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고3생들에게 알게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지난번 시험때 시간이 부족했다는 수리·탐구Ⅱ영역 시험시간을 10분 늘린 것도 수험생 편의 위주로 개선한 노력을 인정할 만하다.특히 국·공립대학에 학생부 성적을 40%이상 반영토록 했던 의무규정을 대학자율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도 평가할 만하다. 아직 정착도 안된 학생부 성적을 의무적으로 일정률 이상 반영케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이다. 대학의 자율을 저해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정시모집 결원을 2학기에 수시 모집토록 허용키로 한 것도 대학의 신입생 모집을 선진국처럼 연중 모집하는 쪽으로 가겠다는 바람직스러운 정책방향으로 볼 만하다.
그러나 수험생들에게 정확한 입시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모든 대학의 모든 학과별 합격자의 수능평균성적과 학생부성적을 공개키로 했다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방안이라고 본다.
이 방안에 대한 결론부터 말한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많을 것이므로 수능성적과 학생부성적공개 방안을 아예 취소하라고 권고할 수 밖에 없다. 성적공개를 한다면 진학지도교사나 수험생에게는 지원할 대학이나 학과선택에 다소간의 정보를 제공하는 의미는 있을 것이다.
몇몇 명문대학의 합격 점수를 비공식적으로 빼내 독점 공개함으로써 떼돈을 버는 일부 입시정보지업자들의 비리소재를 없애는 데는 도움이 될는지도 모른다. 긍정적 측면이라면 이런 정도다.
하지만 성적공개가 가져올 부정적 측면과 역기능은 너무나 우심하다. 정부가 163개 대학 모든 학과의 수능성적 합격평균 점수를 공식적으로 공개한다면 대학의 모든 학과를 성적순으로 줄을 세우겠다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게 없다. 대학과 학과의 서열을 나라가 앞장서 조장할 때, 그렇지 않아도 명문·인기학과에 대한 잘못된 선호도가 판을 치는 이 사회의 빗나간 풍조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겠느냐는 심각한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서열에 뒤진 대학들이 당하는 피해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둘러봐도 국가가 나서서 대학의 커트라인(합격선)을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곳은 없다. 또 대학의 학과별 수능점수합격선을 공개하라, 말라 하는 것부터가 대학의 자율화를 지향하려는 교육개혁방향에도 어긋난다. 이율배반시책이다.
대학자율의 핵심과제는 대학경영의 자율에 기초하는 것이다. 대학이 가르칠 학생을 뽑는 일마저 자율적으로 하지 못하게 한다면 정부가 펴온 대학자율정책은 속빈 강정에 불과한 것이다. 수능성적 의무공개란 엉뚱한 타율로 대학캠퍼스와 정부가 괜한 마찰을 빚지 않았으면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