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란의 산실” 시선에 곤혹·자괴/개편향방 대권구도변수 “촉각”김영삼 대통령의 대국민 특별담화 발표를 하루 앞둔 24일 청와대는 참담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비서진들은 취임 4주년에 즈음한 담화내용이 남은 임기 1년의 무리없는 마무리를 다짐하는 청사진이 아니라 국민에게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반성문이 될 것으로 알려지자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여기에다가 비서진들은 대대적 당정개편을 앞두고 청와대가 권력암투의 산실로 부각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상오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는 이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 김광일 비서실장은 『일부 언론에서 비서실 갈등설을 보도했으나 앞으로 잘해 보자』며 『언제까지 있을지 모르지만 있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이원종 정무수석은 『밖에서 안을 볼때 분란이 있는 것처럼 비쳐져 안타깝다』고 착잡한 심정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청와대 참모진들 사이의 갈등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95년 12월 김광일 실장 체제가 출범하면서부터 청와대는 결정적으로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이 내부의 일반적인 평가다.
비서실의 양축인 김실장과 이원종 정무수석이 지난해 말 노동관계법 개정, 한보사태, 김대통령 차남 현철씨 문제 등을 놓고 사사건건 의견충돌을 빚으면서 청와대 비서실은 위기관리능력마저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장이나 수석비서관의 개인적 능력이 뛰어나게 발휘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조직력도 없어 「따로따로 논다」는 평을 듣고 있는게 청와대 비서실의 현주소다.
이유야 어디에 있든 이러한 상황을 초래한 책임은 일단 비서실을 총괄하는 김실장에게 가장 먼저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김실장은 여전히 재야활동 시절의 시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기 보다는 여론의 흐름과 모양새에 치중해 결과적으로 국가권력의 약화를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실장은 정통 민주계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권력핵심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애정이 부족한 대신 독자적 정치구상을 가지고 있다는 의심까지 받고 있다. 한보사태의 와중에서 그가 음모설의 진원지로 주목받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원종 정무수석도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김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것으로 정평이 난 그는 현정권의 무결점 무오류에 지나친 확신을 가지고 있어 대세 판단을 그르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대통령은 청와대 비서실을 대폭 개편하는 집안 단속에서부터 위기극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이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 누구를 발탁하느냐에 따라 여권내 권력구조의 재편이 이뤄지며 대권구도에도 상당한 변수가 생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로서는 김실장의 유임설과 함께 이수석의 실장기용설 등 갖가지 관측이 엇갈리고 있으나 두 사람 모두 퇴진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수석비서관 가운데에서는 경쟁력 10% 높이기에 앞장서온 이석채 경제수석의 유임 여부와 윤여준 공보수석 등의 입각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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