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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경매물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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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경매물건 쏟아진다

입력
1997.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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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여파 수도권 기계·섬유업종 등 40%이상 늘어/그나마 살 사람은 적고 전원주택 등 용도전용 많아경기침체의 여파로 부도로 쓰러져 법원경매에 넘어가는 공장들이 급증하고 있다. 관내에 중소공장 밀집지대가 형성돼 있는 서울 남부지원을 비롯, 수도권의 의정부지원·수원지법·성남지원 등에는 최근들어 부도난 회사의 공장경매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공장들은 특히 한때 「수출역군」으로 국내 산업발전을 주도했던 기계·섬유·가구 등 중소제조업종이 대부분으로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4일 법원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관내 파주 포천 마석 등지에 공장지대가 몰려있는 의정부지원의 경우 공장경매물건이 96년 상반기 402건에서 하반기에는 469건으로 늘어났다. 대부분의 경매담당부서의 휴무로 경매 자체가 별로없는 1월에도 벌써 59건이나 새로 접수됐다. 안산·반월지역과 안양 석수동 일대 공장밀집지역을 관할하는 수원지법은 지난해 상반기 454건에서 하반기 528건으로 74건이나 늘어났고 1월엔 27건이 경매에 부쳐졌다. 시내 곳곳에 중소공장들이 들어서 있는 성남지원의 경우 경매물량이 96년 상반기에는 43건이었으나 하반기에는 86건으로 100% 증가했으며 1월에도 27건이 새로 나왔다. 구로공단을 관장하는 서울지법 남부지원도 지난해 상반기 10건에서 하반기 32건으로 부쩍 늘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만성적인 경기침체와 함께 95년부터는 공장경매가 매년 40%이상씩 증가추세에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공장들이 「주인」을 제대로 만나는 것도 아니다. 경매에 부쳐진 공장들은 이를 사서 직접 운영하려는 실수요자의 손에 넘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게 관계자들의 얘기다. 낙찰된 공장들은 으레 임대사업으로 돈을 벌려는 땅부자들에게 넘어가기 마련이고 어쩌다 자연환경과 입지조건이 좋은 공장들은 곧바로 용도변경을 통해 전원주택지로 탈바꿈하는 경우도 많다. 한 부동산업자는 『공장은 으레 임야를 깎아서 만든 것이어서 도로나 기반시설이 잘돼 있는 것이 많다』며 『전원주택사업을 하더라도 맨땅을 사서하는 경우보다 인허가절차도 훨씬 간편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주인이 나타나 낙찰되기라도 하면 천만다행이다. 건물·기계·대지 등이 일괄적으로 경매에 부쳐지는 공장은 대개 각종 장비와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구입후 간단한 정비만으로도 가동에 들어갈 수 있어 중소기업운영자들에게는 싼값에 공장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 그러나 경기불황에 가뜩이나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인들은 공장경매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다. 이 때문에 최적의 입지여건과 주위환경을 갖춘 공장들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물건들은 당사자들의 채권·채무문제를 해결해주지도 못한채 장기간 방치돼 있다.

경매부동산전문 컨설팅법인인 태인컨설팅의 김종호 실장은 『최근들어 공장물건은 다른 품목과는 달리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법원마다 3∼4회씩 유찰돼 시세의 절반까지 값이 떨어진 물건이 남아돌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 공장들이 하루빨리 임자를 만나서 정상적인 가동에 들어가는게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변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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