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새 유행어 “금호고속버스 타 봤어”/타이어도 ‘굿이어’ 제치고 현지생산 1위/연내 버스노선·타이어공장 2배로 확장『중국대륙의 고속도로를 금호고속버스로 깔아라』 『중국을 지렛대 삼아 세계 5대 타이어업체(빅5)로 일어서자』
금호그룹이 중국 고속버스 및 타이어시장의 본격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4월 취임한 박정구 회장은 『중국에 「제2의 금호그룹」을 세운다는 방침아래 중국시장에서 21세기 재도약의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30일 중국남부 장쑤(강소)성의 혁명도시 난징(남경)에서는 지역사회를 깜짝 놀라게 하는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중국 최대의 타이어업체인 난징금호타이어의 공장가동식이 벌어진 것이다. 타이어 생산규모가 연산 300만본에 달해, 하루평균(휴일 제외) 약 1만본의 타어어가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초청인사들의 면면이었다. 중국공산당의 원로실세인 황후아(황화) 전 부총리 겸 외교부장이 행사에 참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쑤성 및 난징시 당정 고위관계자들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황 전총리는 마오쩌뚱(모택동)의 영어통역관 출신으로 다년간 외교부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한국측에서도 정종욱 주중대사를 비롯하여 황인성 전 국무총리 이승윤 전 경제부총리 정영의 전 재무부장관 장예준·박필수·한봉수 전 상공부장관 등 10여명의 전직 고위인사들이 참석했다. 금호그룹측에서도 박성용 명예회장 박회장 박삼구 아시아나항공 사장 등 그룹수뇌부가 전원 자리를 함께 했다. 「96년 11월30일」은 사실상 「제2 금호그룹」건설의 팡파르를 울린 날로 기록되고 있다.
금호그룹은 같은 규모의 타이어공장을 4월 허베이(하북)성 텐진(천진)에 준공할 계획이다. 그룹 관계자는 『미국 굿이어사의 중국현지 생산량이 연간 140만본에 불과하다』며 『연산 600만본의 생산량을 기초로 중국서부의 타이어시장을 장악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금호그룹의 고속버스사업은 타이어보다 더 유명하다. 금호의 고속버스는 운행지역이 제한되어 있기는 하나 중국인민들에게 있어 이미 가장 인기있는 명물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금호그룹은 광둥(광동) 안후이(안휘) 후베이(호북) 쓰촨(사천)성 등 4개 지역을 중심으로 9개 노선에 최신형 고속버스 100여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노선이 만원이다. 이 지역의 주민들 사이에서는 금호고속버스를 한번 타보았다는 것 자체가 큰 자랑거리가 되어버렸다. 70년대 한국에 고속버스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의 풍경과 비슷하다. 고속버스요금은 한사람당 55∼93위안(원). 우리나라 돈으로는 5,500∼9,280원에 불과하지만 이는 어지간한 중국근로자들의 반달치월급 수준에 달한다. 급속한 경제개발로 중국에도 새로운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고속버스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최대의 고속버스업체인 금호고속은 중국의 고속도로를 장악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아래 단계적인 공략법을 구사하고 있다. 금호측은 연내에 고속버스를 지금의 두배인 200대로 늘리고 1∼2년안에 고속버스 노선을 10개지역 5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95년 4월 중국에 처음 고속버스를 운행한후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호고속 관계자는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고속버스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한국에서 닦은 육상운송 노하우를 중국에서 발휘, 중국인민의 발 구실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진출의 그랜드플랜을 착실히 실천하기위해 금호그룹은 베이징(북경)에 「금호그룹 중국대표처」를 설치, 중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여러 사업장을 총괄관리하고 있다. 또 국내에는 회장부속실에 중국프로젝트전담팀을 운영, 중국진출을 지휘하고 있다.
부속실 관계자는 『중국에 「제2의 금호그룹」을 건설한다는 경영목표는 구체적으로 중국의 고속도로에 금호고속버스와 금호타이어의 행렬이 이어지게 하는 것』이라며 『그룹 임직원 모두 이 목표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일선에서 손을 뗀 박명예회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한중우호협회장으로서 금호그룹의 대중창구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황 전부총리가 난징행사에 참석하게 된 것도 바로 박 명예회장과의 개인적인 친분 때문이다.
금호그룹은 운송업만의 단독진출로는 부가가치창출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여객터미널 건설 등 부대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금호고속과 금호건설의 동반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난징=이백만 기자>난징=이백만>
◎고속버스·타이어시장 중국은 ‘황금대륙’/13억 인구 광대한 영토 초고속 성장산업/소비자 ‘고급’ 선호 노선·생산경쟁 불꽃
중국에서 고속버스사업과 타이어산업은 최고의 성장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인구가 13억명을 넘는데다 국토가 넓기 때문이다. 경제개발로 운수수요가 급속히 증가하면서 세계 각국의 고속버스업체 및 타이어업체들이 속속 진출, 대접전을 준비중이다.
미국의 그레이하운드사를 비롯하여 캐나다 홍콩 일본 등 선진국의 주요 운수업체들이 중국의 고속버스시장에 본격진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국은 이들보다 앞서 중국고속버스시장에 뛰어든 개척자이다.
고속버스전문업체인 금호고속이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대우·한라그룹과 코오롱고속관광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다. 대우는 95년부터 쓰촨(사천)성 청두(성도) 등 4곳에 잇따라 현지업체와 고속버스운수회사를 합작설립, 사업을 시작했다.
대우는 앞으로 사업장을 텐진(천진) 선양(심양) 등 15개 지역으로 늘리고 고속버스를 500여대로 확대할 방침이다. 한라는 베이징(북경)과 허베이(하북)성의 타이위안(태원) 바오딩(보정) 등을 연결하는 고속버스노선을 개발, 다음달부터 운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고속버스사업 성패의 최대 관건은 황금노선확보. 각국의 업체들은 경제성이 좋은 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불꽃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타이어수요는 현재 연간 약 7,000만본. 이 가운데 순수 중국산이 약 6,000만본이고 나머지는 외국산. 중국산은 기술낙후로 품질이 조악하다. 수요가 고급화하면서 수입타이어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세계 유수의 타이어업체들이 중국시장을 겨냥, 합작공장을 설립하여 현지생산체제를 강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의 굿이어사는 연산 140만본의 공장을 랴오닝(요녕)성 다롄시(대련시)에 건설, 타이어를 생산중에 있다. 또 토요사도 장쑤(강소)성에 연산 300만본의 공장을 최근 완공했고 피렐리사는 95년 하이난(해남)성에 연산 160만본의 공장을 착공했다.
미쉐린사 브리지스톤사 등도 합작공장건설을 위해 중국당국과 계약서 또는 의향서를 체결해 놓고있는 상태다. 중국에는 정부가 관리하는 타어어생산업체가 약 60개에 달하지만 기술수준이 떨어져 중국의 고급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박정규 기자>박정규>
◎인터뷰/금호타이어 남일 사장/중 타이어시장 치열한 전쟁 최고품질로 선두 자신
『중국의 타이어수요는 무궁무진합니다. 금호는 난징(남경)과 텐진(천진)을 생산거점으로 삼아 중국타이어시장을 공략해 나갈 계획입니다. 중국 타이업계의 선두역할을 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금호그룹의 중국타이어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남일 금호타이어 사장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중국의 「타이어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각종 마케팅전략 및 투자계획을 준비해 놓고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11월 난징에 연산 300만본규모의 대규모 타어어공장을 준공한데 이어 올 4월에는 텐진(천진)에서도 같은 규모의 타이어공장을 본격가동할 예정이다.
『중국에서만 연 600만본의 타이어를 생산하게 됐습니다. 중국 최대의 타이어업체로 부상하게 된 것이지요. 최고의 품질, 대규모생산을 통한 원가절감, 고객서비스 차별화, 브랜드이미지제고 등을 통해 중국의 타이어시장을 장악할 계획입니다』
선진국의 내로라하는 타이어업체들이 중국시장에 속속 입성하고 있지만 이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현재 중국에서 타이어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외국메이저는 굿이어(다롄, 연산 140만본) 하나에 불과하지만 브리지스톤 피렐리 미쉐린 토요 등이 조만간 합작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외국메이저와 당당히 경쟁할 것입니다. 금호타이어의 품질은 한국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등 전세계시장에서 이미 인정받았습니다. 문제는 마케팅입니다. 중국문화에 맞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할 경우 성공할 것으로 자신합니다』
현재 세계 10위의 타어어업체인 금호타이어는 2000년대초 「세계 빅5」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이를 위해 2005년까지 8∼10개의 해외생산기지를 추가확보할 계획이다. 지금은 인도진출을 검토하고 있다.<이백만 기자>이백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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