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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수십만 인파 눈물/등소평 화장식 있던 날 중국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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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속 수십만 인파 눈물/등소평 화장식 있던 날 중국 표정

입력
1997.02.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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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별식장 세째딸 등 얼굴 맞대고 통곡/등 각막기증 감명 장기기증 약속 쇄도장쩌민(강택민) 중국 국가주석의 덩샤오핑(등소평)에 대한 애도의 염이 극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강은 25일 추도식에서 은유적인 어법이긴 하지만 「중국 역사에서 등이 마오쩌둥(모택동)보다 큰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추도사에 담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가 밝혔다.

특히 관영매체인 CCTV, 베이징TV 등이 시간대마다 조곡인 황허송을 내보내고 있는데 이 음악은 모사망때도 틀지 않았던 것이어서 등에 대한 애도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비롯한 관영신문들이 20일자에 모사망때보다 무려 3배 이상 큰 가로 21.5㎝ 세로 29㎝짜리 등의 얼굴사진을 게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관영매체에 실리는 등 사진은 수뇌부가 장시간 논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 소식통은 이와 함께 『중앙군사위원회가 등 사망사실 발표기관에 들어있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는 등을 잃은 강주석이 자신의 지지기반이 취약한 군부를 각별히 배려, 군 수뇌부를 끌어안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등 유해의 화장을 앞두고 24일 상오 9시 중국인민해방군총의원(일명 301병원)에서는 유족과 강주석, 리펑(이붕) 총리, 차오스(교석) 전인대상무위원장 등 국가 영도자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별식이 열렸다.

강주석 등은 고별식에서 등의 시신을 향해 잠시 묵념을 한뒤 강주석, 이총리, 교상무위원장, 리뤼환(이서환) 정치협상회의, 주룽지(주용기) 부총리, 류화칭(유화청) 중앙군사위부주석 순으로 미망인 줘린(탁림) 등 유족의 손을 잡으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고별식이 끝나갈 무렵 유족들은 참았던 오열을 터뜨렸고 등의 세째딸인 덩룽(등용)이 잠들어 있는 등의 이마에 얼굴을 맞대고 통곡했다.

○…고별식장 정중앙에는 등의 시신이 유리관에 담겨져 침상에 놓여있었으며 주변은 노란색 국화와 난으로 장식됐다. 등의 시신은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으며 붉은색의 중국공산당혁명기가 허리까지 덮여 있었다.

고별식장 정면에는 검은색천에 쓴 「경애하는 등 동지 우리는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란 글귀아래 가로 40㎝, 세로 50㎝의 등 영정이 놓여있었다.

○…화장장이 있는 바바오샨(팔보산) 혁명공원묘지까지 5㎞에 이르는 6차선 도로 주변에는 일반 차량의 통행이 차단된 가운데 수십만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가까운 학교, 군부대, 각급단체에서 동원됐지만 한결같이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은 등의 추모대회가 열리는 동안 대학생들의 추모집회 참석을 금지시켰다고 베이징대학 한 고위관계자가 24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대학생들의 추모집회 참가 금지령이 내려졌다면서 이에 따라 학생들은 대학과 과별로 나뉘어 TV를 통해 등의 추도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등이 각막 등을 기증한 것에 감명받은 상하이(상해) 시민들의 각막과 장기기증을 약속하는 서신이 쇄도하고 있다고 해방일보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각막기증 소식이 전해진 뒤 상하이 적십자사와 각 의과대학 등에 각막과 장기기증 의사를 밝히는 전화와 편지가 밀려들고 있으며 이에 고무된 상하이 적십자사 관리들도 각막과 장기기증을 약속했다고 소개했다.

○…개혁·개방을 이끌며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강한 중국을 만든 등은 24일 아침 안개 자욱한 영상의 따뜻한 날씨 속에 결국 한줌 재로 돌아갔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윤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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