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하자율 0’에 도전『우직하고 미련하다 싶을 정도로 튼튼하게 짓겠습니다』 대림산업 이정국(54) 사장이 소개하는 이 회사의 주택부문 전략이다. 「튼튼하게」짓는 것도 무슨 전략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쉽지만, 좀 더 설명을 듣고보면 남다른 아파트철학이 담겨있다.
우선 「튼튼하다」의 기준 자체가 깐깐하다. 튼튼하다는 것은 단순히 벽에 못이 안박힐 정도로 골조가 건실한가의 차원을 넘어 벽면이 얼마나 반듯하게 마감이 됐는가, 문고리와 창틀, 싱크대 여닫이 하나 하나가 제대로 설치됐는가, 수도와 난방은 완벽하게 작동하는가 등 「품질」면에서의 의미이다. 대림이 오래전부터 「하자율 제로」를 주택부문의 첫번째 목표로 세운 것도 이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림은 이를 위해 설계 초기단계부터 공사가 시작돼 입주가 이뤄질 때까지 5차례의 「합동품질점검」을 정례화하고 있다. 또 주부모니터를 통해 다른 아파트와의 장단점을 비교평가토록하고 고객의 불만과 요구사항을 수시로 수집, 분석해 새 아파트의 설계에 반영하는 등 「튼튼한 아파트」를 짓는데 무엇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대림아파트는 입주자들로부터 수십차례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이사장은 올해부터는 「고급 아파트」에도 도전해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고급이 곧 사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둘은 분명히 구분돼야 한다』며 『외제 대리석을 깔고 비싼 마감재로 치장을 하는 것을 사치라고 한다면 「얼마나 인체에 쾌적한 조건을 만들어주느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고급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테면 주부들이 젖은 쓰레기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아도 되고, 실내의 습도와 환기를 최적의 조건으로 조절해주며, 나아가 정서적으로도 평온하고 안락한 느낌을 주는, 그런 아파트를 지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선 끊임없는 기술과 아이디어개발이 필요하다. 이사장은 『외국에 나가보면 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으레 주위환경과 전망인데 우리의 경우 전통적으로 남향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건설업체로선 단지계획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한다. 당장 아파트를 남쪽으로 일자배형을 해야하기 때문에 단지에 변화를 주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림은 용적율이 다소 감소되더라도 획일적인 일자배형을 지양, 여러가지 형태로 건물을 배치하고 지형과 주위환경에 맞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이사장은 귀띔했다. 특히 도심지 재개발 재건축의 경우 지금까지는 용적율을 늘리는 개발방식이 주류였지만 이런 관행에서 과감히 탈피, 기존 가구수 범위내에서 단지의 쾌적함과 편리함을 극대화해 궁극적으로는 입주자에게 실질적 이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다.
92년 9월 상무에서 일약 사장으로 발탁돼 화제가 됐던 이사장은 4년여의 경영성과에 대해 『경영은 대표 혼자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만족스럽지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지금도 틈만나면 아파트공사현장으로 달려나간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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