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홍콩에 대형 기업집단 형성/연줄이 관건인 중 경제풍토 감안/단기 ‘안정’ 장기 ‘입지약화’ 전망「천하제일 가문」으로 불리던 덩샤오핑(등소평) 일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철벽처럼 든든한 방패막이였던 등이 사망하면서 그의 유가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등 일가는 중국과 홍콩에서 모두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기업집단을 경영하고 있어 홍콩 경제계가 기울이는 관심은 각별하다.
홍콩 경제분석가들은 대체로 등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일족과 그들의 통제하에 있는 기업들이 당장 악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결론은 무엇보다 증시동향 등 직접적인 경제상황을 근거로 한 것이다.
현재 등 일가가 홍콩증시에 상장하고 있는 기업은 7개. 장녀 덩린(등림)의 남편 우젠창(오건상)이 총경리(사장)로 있는 「유색금속총공사」산하 4개 기업과 3녀 덩룽(등용)의 남편 허핑(하평)이 부회장 겸 총경리로 있는 「중국 보리집단」 산하 3개 기업이다.
이들 7개 기업중 5개 기업의 주가는 등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20일 최고 4.55%이상 폭등했으며 나머지 2개는 변동이 없었다. 중국의 정치적 움직임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는 홍콩증시의 생리로 볼때 의아심이 들 정도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주가동향이 중국지도부의 향후 움직임과 무관치 않다고 지적했다. 유럽투자은행의 한 고위 분석가는 『중국당국이 당분간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등 사위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뛰어난 경영수완도 그들의 건재에 한 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와 하는 지난 수년간 산하기업의 생산성을 대폭 신장, 상당한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게 중국 국영기업 관리들의 말이다.
그러나 등일가의 단기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는 입지약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관시(관계), 즉 연줄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경제풍토를 감안할 때 등의 후광퇴색은 일가의 입지약화로 직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등의 아들들은 80년대 이래 차례로 경제계에서 밀려났다. 등의 장남 덩푸팡(등박방)은 80년대 초 비리혐의로 투자회사인 「강화」에서 강제 축출됐으며 막내아들 덩즈팡(등질방)도 95년 부패혐의로 「수도철강」 부회장에서 사임했다.
현재까지는 건실한 기업인으로 인정받고 있는 오와 하가 처남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장인의 후광없이도 홀로서기에 계속 성공할지 관심거리다.<홍콩=배연해 기자>홍콩=배연해>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