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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사상 부패(문화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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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사상 부패(문화칼럼)

입력
1997.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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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의 망명동기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보도가 없다. 권력투쟁, 정책갈등, 문책, 좌천 불안 등 추측만이 있을 뿐이다. 그 참된 동기가 어떤 것이든지 간에 권력과 지식인의 공존은 순탄하고 편안한 것이 되기 어렵다. 지식인, 특히 철학적 지식인은, 스스로 진리의 소유자로 자처한다. 권력도 정당성의 근거로서 진리의 소유를 주장한다. 역사의 진리 주체를 자처하는 공산정권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두 진리 사이에 싸움이 일어나면 이기는 것은 권력이다.그 결과 사회에 있어서 진리의 존재에 왜곡이 일어난다. 손상되는 진리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체계적이거나 장기적인 의미에서의 진리이다. 가령, 역사의 의미, 좋은 사회의 이념, 오늘의 상황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여기에 관련된다. 다른 하나의 진리는 단순한 사실을 말한다. 체계적 진리는 종교적인 믿음의 차원에서 그리고 사회정책의 장기적 방향 설정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사실의 진리이다. 장기적인 비전에 입각한 정책도 현실화하려면 사실, 흔히 통계로 표시되는 사실에 연결돼야 하기 때문이다. 권력전단이 일으키는 문제의 하나는 사회의 기초적 사실을 파악할 수 없도록 한다는 점이다.

냉전시기 폴란드 외무차관을 지내고 주미대사로 있던 로무알드 스파소프스키가 81년 미국으로 망명한 사건이 있었다. 그의 망명동기를 하나로 말하기 어렵지만 정부안에서 직언이 어려웠던 것도 망명에 이르게 한 좌절감의 한 요인이었다. 어떤 일에서나 진리는 당의 고위간부가 가지고 있었다. 당의 이론과 그의 현실의 인식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70년대 내내 폴란드는 계속적인 경제의 위기에 있었다. 그중에도 농업생산의 부진은 계속 폴란드를 기근의 재난 직전까지 몰아갔다. 이것은 늘 임기응변적으로 미국의 식량원조에 의해 해결됐다. 그러나 당은 폴란드의 경제발전에 대해 거창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폴란드가 세계 열두번째 산업국이며 이제 산업기반구축을 완성하고 새로운 경제단계에 들어선다는 선전이 현실적인 상황판단을 대신했다. 식량원조를 구걸하는 것이 외교의 주된 내용이면서도 당국자들은 계속 위대한 업적을 이야기했다. 다른 나라 수뇌와의 회담에서도 당서기나 수상은 가공적인 숫자와 업적을 내세웠다. 스파소프스키는 대사로서 자국정부와 다른나라 정부 사이를 연결하면서 수치감을 금할 수 없었다. 이데올로기의 가공세계 속에 사는 것은 다른 공산정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소련 붕괴후 그나라 전문가들이 놀란 사실 중의 하나는 소련 공산당과 정부가 갖고있던 통계숫자들이 얼마나 가공적이었느냐 하는 점이었다.

사실의 세계를 망실되게 하는 것은 권력의 독선만이 아니다. 부패도 마찬가지 일을 한다. 한보에 쏟아져 들어간 천문학적인 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인 것인지, 보도된 수사결과로 보아서는 전혀 알 길이 없다. 당연한 귀결이다. 총체적인 부패 속에서 누가 누구를 어떻게 조사한다는 말인가. 부패는 도덕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짓 속에 사실이 망실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무엇에 근거해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하고 생산성이나 능률을 평가할 것인가. 절대권력은 사실을 일사불란한 허구가 되게 한다. 절대부패는 사실을 오리무중 속에 있게 한다. 폴란드의 공산정권을 쓰러뜨린 솔리다리노체운동이 일어나고 식량이 떨어지고, 상점에 일용품이 동이 난 때에 워싱턴을 방문한 부수상 야기엘스키는 정상을 회복한 폴란드는 새로 시작한 사회주의 개혁을 착착 진행시키고 있다고 장담했다. 스파소프스키가 자서전에서 전하는 이야기이다.<김우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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