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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클릭으로 ‘세상’을 연다(우리문화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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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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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전화선 매개로 가상·현실 넘나들며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우리시대 ‘연금술’/이제 의식·행동까지 지배하려 하는데 차가운 디지털세계를 온기로 채워보자『왜 안돼?』

지난해 사망한 미국 대항문화의 우상적 존재 티모시 리어리(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 그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왜 안돼?』였다. 이 말은 안되는 것에 대한 저항이자, 모든 것은 된다는 긍정이었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이제 안되는 일이 없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그 자신 우드스톡 세대(69년 미 록가수들의 우드스톡페스티벌에서 유래·히피세대)였던 리어리는 미국 대항문화의 변화를 개관하면서 90년대 사이버펑크 세대를 이렇게 정의했다.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과감하게 생각해 내고, 그 발상을 조종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 세대의 매개는 무엇인가? 바로 정보처리기계, 컴퓨터다. 컴퓨터와 전화선만 있으면 사이버 세대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바로 이 말을 하는 이 순간까지도 없었던―새로운 문화와 세계를 창조한다. 영화, 음악, 문학, 패션, 광고 등 문화의 모든 부문에서는 물론 성적 쾌락과 민주주의까지, 「사이버」라는 「키워드」 아래 새로운 모습과 경험으로 만들어낸다. 「시대의 연금술사」들이다.

『현재 우리의 사이버 문화는 바로 인터넷과 펜티엄의 문화입니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사이버 카페 「오투누리」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2·Y대 생물2)씨. 그는 하루 평균 5∼6시간을 PC통신의 세상 속에서 보낸다. 먹고 자고 강의 듣는 시간을 뺀 시간은 모두 컴퓨터와 보내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나는 통신을 다른 무엇보다 신뢰한다』고 말하는 그는 PC통신의 「토동(토끼띠 동호회)」이나 「서경동(서울·경기 동호회)」에서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 기능을 통해 세계 각국의 관심분야 자료들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이런 사이버카페는 서울에만도 20여개가 성업 중이다.

국내 PC통신 인구는 대략 200만명 정도. 나우누리 축구동호회장 양원석(25)씨는 『현재 우리의 사이버문화에 대한 인식은 그 실체를 인정하느냐 않느냐에 따라 지와 무지의 양 극단으로 나뉘는 과도기에 처해 있다. 중간층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이버문화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일반인의 생활 깊숙이 침투했다. 정보화사회의 첨단 과학기술은 물과 공기처럼 스며들어, 우리들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해가고 있다. PC통신을 탄 뉴스는 순간적으로 퍼진다. 그리고 토론과 비판의 장이 뒤따른다. 문화의 가장 확실한 전파수단이다. 사이버의 세계 속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만날 수 없는, 만질 수 없는 것들이 살아난다. 문화의 사이버화이다.

「저녁이 되면 나는 도심의 허름한 빌딩 7층에 자리잡은 사무실로 향한다. 사무실에는 전화와 책상, 컴퓨터 말고는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이곳에서 어느 누구도 만나지 않는다. 월세는 꼬박꼬박 홈뱅킹을 통해 PC로 계좌이체하기 때문에 빌딩 주인조차 만나게 되질 않는 것이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전화와 ARS시스템을 연결시키고 자리에 앉아 전화를 기다린다」 신세대 작가 김영하(29)씨의 소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의 주인공은 컴퓨터 프로그램의 파일을 압축하듯, 다른 사람의 인생을 압축해 주는 자살 안내인이다. 우리 문학에 흔치 않은 팬터지 기법을 도입한 것으로 평가받은 이 소설은, 비록 허구이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의 「사이버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종래 공상과학(SF)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기괴한 장면들을 나열했던 영화들은 최근에는 현실보다 더 구체적으로, 사이버화한 현실을 보여준다. 가상현실을 최초로 영화에 도입했다는 「론머 맨」 같은 필름은 이제 구닥다리가 됐다.

「토탈 리콜」 「네트」 등에서 최근의 「인디펜던스 데이」까지 할리우드 영화에는 사이버의 기법이 사용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사람들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영화보다는 사이버화한 영화에서 오히려 현실을 더 리얼하게 느낀다. 사이버의 세계에는 죽은 배우도 살아나 지금의 배우와 연기를 함께 하고, 가상의 배우도 만들어진다. 한 평자의 말처럼 과거 몇몇 영화들에서 보이던 「새롭지만 불쾌한 미래」의 모습은 이제 대중문화 속에 확고하게 코드화한 현재의 모습이 돼버렸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네티즌들은 이슈를 만들고, 이를 공론화한다. 요즘은 마치 범죄자처럼 인식되고 있는 해커는 이들처럼 정보의 공유를 주창하는 파워유저(Power User)를 일컫는게 당초 의미였다.

바로 여기에서 사이버문화는 「정보화의 산물인 동시에 정보화에 대한 저항」이라는 보다 넓고 중요한 의미를 획득한다. 사이버문화는 기계화에 따른 인간의 상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를 극복하는 비전을 갖는 것이다. 컴퓨터(Computer) 비판(Criticism) 변화(Change) 사이버미팅(Cyber meeting)을 이르는 「4C문화」, 혹은 TFYQA(Think for yourself, question authority; 스스로 생각하라, 권위를 의심하라)가 네티즌들의 표어가 되는 것이다.

역사상의 모든 키워드가 인간의 문제였듯 사이버문화의 주체도 여전히 인간이다. 차가운 디지털의 세계를 따뜻한 피가 도는 세상으로 육화하는 것, 온라인(on-line)의 평등한 관계를 오프라인(off-line)에서도 실현하는 그것이 문제인 것이다.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

사이버(Cyber)는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에서 앞 부분만 따 온 것으로 이제는 접두어처럼 쓰인다. 사이버네틱스는 1948년 수학자 노버트 위너가 정보의 커뮤니케이션과 통제를 중심으로 생물의 반응과 기계의 작동을 통일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자신의 이론을 가리켜 처음 사용한 말로, 조타수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etes」에서 비롯됐다.

사이버스페이스란 용어는 미국의 윌리엄 깁슨이 84년 자신의 소설 「뉴로맨서」에서 처음 사용했다. 「여러 나라의 수십억에 달하는 인간들이 매일 사용하는 합의에 기반한 환상… 모든 컴퓨터 자료은행에서 끌어낸 자료들의 시각적 재현, 상상을 초월하는 복잡성, 별무리 같은 자료 더미 사이를 배회하는 빛줄기, 희미하게 멀어져 가는 도심의 불빛 같이…」라고 당시에 그는 묘사했다. 지금은 일반적으로 컴퓨터통신이 이루어지는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사이버펑크(Cyberpunk)

사이버와 펑크(Punk)의 합성어. 펑크는 70년대이후의 저항문화와 그 성향을 가진 집단을 가리킨다. 따라서 사이버펑크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정보기술에 지배되는 사회에 저항하는 사람들이나 그들의 운동이라는 한가지 뜻과 함께, 그러한 문제를 다룬 문화장르― 문학·영화 등을 동시에 말한다. 「뉴로맨서」는 사이버펑크 소설의 효시로 불린다. 미국의 경우 60년대의 히피, 70년대의 펑크에 이어 80년대말 이후 나타난 사이버펑크를 대표적 반문화로 보고 있다.

사이버펑크는 세기말적 허무주의에 침윤된 외곬수형 인간을 양산하는 문화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이들은 컴퓨터에 능숙하고 오히려 그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전의 반문화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전자기술에 의한 3차원적인 영상, 음향 등으로 어떤 가상을 마치 실제의 세계처럼 경험하는 것이다. 촉감과 냄새까지도 현실처럼 느낄 수 있게 된다. 당초 미 공군의 모의 비행훈련 장치에 뿌리를 둔 이 기술은 전자오락 등은 물론 원격진료·강의 등 의학과 교육 등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국내에서도 최근 LG반도체, 미도파 등 대기업들이 가상현실 체험관을 속속 열고 있다. 「론머 맨」은 가상현실상의 성체험(사이버섹스·Cyber sex)을 그려 충격을 던진 영화다.

◎하이퍼텍스트(Hypertext)

하이퍼텍스트는 문서 내부에 다른 문서에 대한 연결점을 가진 문서를 말한다. 이 연결점을 통해 사용자는 하나의 문서에서 곧 바로 다른 문서로 이동할 수 있다. 인터넷 월드와이드웹(WWW)은 바로 이 하이퍼텍스트 기능을 이용해 수많은 정보들을 손쉽게 제공할 수 있게 함으로써, 인터넷을 급속히 대중화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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