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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태’의 또다른 모습/내달 6일부터 11년만의 재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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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석 ‘태’의 또다른 모습/내달 6일부터 11년만의 재공연

입력
1997.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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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신 가족통해 생명경외 묘사/‘실체·의미’에 초점 재해석국립극단의 97년 첫 공연 작품으로 오태석의 「태」가 3월6일부터 20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74년 초연 이래 86아시안게임 공식초청공연이 있은 지 11년 만의 국내 재공연. 일본 NHK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한국어로 방송될 만큼 내외에 널리 인정받은 오태석의 작품세계가 이번에 어떤 또다른 해석과 새로운 연극미학으로 펼쳐질 지 관심이다.

「태」의 시간적 배경은 세조연간. 단종 폐위에 이어 세조가 왕위에 오르지만 피의 숙청과 보복은 끝나지 않는다. 단종복위를 꿈꾸던 사육신은 역적으로 몰려 몰살을 당하고, 단종에게도 끝내 사약이 내려진다. 이 와중에서도 가문의 대를 잇고자 하는 집요한 욕망은 계속되고, 할아버지와 노비 자식의 죽음을 대가로 치른 끝에 살아남은 사육신 박팽년의 자손은 결국 세조의 사함을 받는다.

「태」는 왕권을 둘러싼 목숨 건 쟁투와 피비린내 나는 갈등으로 표현되는 역사의 큰 소용돌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그 굴곡진 역사 속에서 희생되는 개인들과, 가늘지만 끈끈히 이어지는 생명의 끈으로서 태의 의미를 현미경처럼 파고 든다. 한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군주의 힘이 가녀린 여인의 자궁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생명의 경외로움을 「태」는 그리고 있다. 요컨대 한민족의 삶의 원형과 그 의미에 천착해온 오태석의 작품세계가 「태」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 번에 걸친 국내외 공연을 거치면서 「태」는 그때마다 좀더 새로워진 무대와 작품해석을 선보여 왔다. 74년 초연이 유신으로 대표되는 엄혹한 정치현실에 대한 간접 비판이었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생명의 실체와 의미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초연 때 김소희 선생이 맡았던 「한의 소리」를 선생의 제자인 안숙선씨가 맡아 세월의 부피를 느끼게 한다.

오태석씨는 『출연진들의 역량이 뛰어나고 무대나 재정적인 뒷받침도 풍족하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완성도가 높을 것 같다. 오히려 관건은 이 풍부함 속에서 어떻게 생략미, 여백미를 충분히 살려내느냐 하는 것』이라며 이번 공연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표시했다. 장민호, 김재건, 남유선 등 출연. 국립극장 소극장 (02)274―1151.<황동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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