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민의 시선은 내일 김영삼 대통령이 발표할 대국민특별담화내용에 쏠려 있다. 나라 전체를 강타한 한보사건으로 분노하고 좌절했던 국민은 과연 김대통령이 이번에는 민심을 똑바로 읽고 깊은 반성과 함께 성실하고 진지한 국난극복의 처방을 낼 것인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담화내용이 민심수습과 나라안정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내일로서 5년 단임 임기중 출범 4주년을 맞는 김대통령정부를 바라보는 국민의 심회는 실로 착잡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위세로 변화와 개혁, 한국병 치유를 통한 신한국건설, 그리고 당면 실천과제로 부정부패척결·경제회생·국가기강 확립 등 거창한 구호와 공약을 내세웠던 게 불과 4년전인데 오늘날 이 지경으로 추락한 것이어서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
출범 4년째를 맞아 국정운영에 관한 이 정부의 대차대조표는 부실운영과 부채투성이다. 물론 공직자재산공개, 군의 개혁과 비리수술, 금융실명제 및 4대지방 선거실시 등은 괄목할 만한 업적이지만 거듭된 실정은 이를 뒤덮고 말았다. 신경제계획은 행방불명인채 경제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부정부패는 강물처럼 넘쳤으며 국가기강은 뿌리째 흔들려 국민을 허탈감에 빠지게 한 것이다.
노동법 등의 파동과 파업, 특히 이번 한보사건으로 나라와 국민 모두 만신창이가 될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이제 국민은 이정부의 도덕성과 진실성,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까지 의심할 정도로 불신도는 높아졌다. 따라서 특별담화 내용은 상처입은 민심을 쓰다듬는데 제1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대통령은 먼저 실정과 한보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 뒤 국민이 검찰의 한보수사 결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만큼 철저한 재수사·재규명을 약속해야 한다. 특히 외압의 실체,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현철씨를 국회특조위에 출석시켜 국민적 조사를 받게 해야 한다. 한보비리의 모든 내역과 처리방안까지 포괄한 「한보백서」발표도 공약해야 할 것이다.
또 내각과 당 및 청와대보좌진들을 대폭수술, 새 얼굴로 바꾸는 한편 경제회생 방안을 제시하고 행정부의 만연된 무책임병 치유를 다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집권당의 당내 민주화와 대통령 후보 선출에 관한 자유공론화, 당원·대의원에 의한 완전한 자유경선을 선언하는 것이 긴요하다. 당연히 대통령은 대선후보결정에 일체 간여 않겠다는 것을 다짐해야 할 것이다.
난국과 위기때 이를 극복하는 최선의 약은 성실과 진실, 상식이다. 적당주의나 당의정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김대통령은 마음을 비워야 하며 그렇게 할 때 등을 돌린 민심도 움직일 것이다. 마음을 비우는 것은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집중된 권한을 내각과 당에 대거 넘겨줘야 한다. 때문에 나라·국민 그리고 정부를 구하기 위해 담화는 정권을 건 제2의 6·29선언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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