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재중동포·동남아인 등 56명 혜택/각종 검사·치료·수술까지 받자 “꿈만 같다”『하루 14시간씩 일하다 보면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시간이 없어요. 불법체류사실이 탄로날까 두려워 병원에도 못가고 골방에서 신음하는 동료도 많아요』
23일 서울 서대문구 평동 서울적십자병원에는 재중동포 16명과 외국인 근로자 40명등 56명이 용감하게 병원을 찾았다. 가진 돈이 별로 없고,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추방될까봐 아파도 참고 지내온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진료 투약정도만 하던 기존 순회진료와 달리 심전도·X선 검사에다 심할 경우 입원·수술 등 모든 의료서비스를 무료 제공한다는 소식은 낭보였다.
1년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 서울 충정로의 한 식당에서 일하다 몸이 아파 찾아온 재중동포 김모(30·옌볜 거주)씨는 『3개월전부터 감기를 계속 앓아 약국에서 약을 지어 먹으며 지냈는데 진단결과 간염이었다』고 말했다. 비염을 앓고있는 재중동포 허모(29·〃)씨도 『재중동포 사기사건으로 고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며 『무료진료를 받으니 역시 고국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기뻐했다. 파키스탄 필리핀 스리랑카 출신 외국인 근로자도 국경을 뛰어넘은 한국 의료진의 히포크라테스 정신에 고마움을 표했다.
2년전 입국, 불법체류하며 부천 가내공장에서 일하다 2월초 4층에서 떨어져 골반골절상을 입은 태국인 송긋(20)씨는 『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았지만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억지 퇴원했다』며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하면 다리를 쓰지 못하게 될 형편이었는데 무료수술을 받게 돼 꿈만 같다』고 말했다.
진료상담을 맡은 이 병원 내과전문의 구양서(35)씨는 『열악한 작업환경이나 기후 음식 등의 차이로 호흡기 소화기계통에 이상이 생긴 사람이 많았다』며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려워 병을 숨기다 합병증을 얻은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적십자병원측은 3월 2일 상오 9시∼하오 1시 무료진료를 1차례 더 실시하고 3월9일에는 혜화동 성당에서 필리핀인 근로자들을 위한 순회진료도 할 계획이다.<홍덕기 기자>홍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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