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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한국(나라 살리자: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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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한국(나라 살리자:1)

입력
1997.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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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사태·파동 “미증유의 위기”/믿을건 국민의 힘뿐/내몫­네탓 앞서 「국가복원」 지혜 모아야/“현 난국 정부힘만으론 풀 수 없어”나라가 위기를 맞고있다. 폭풍처럼 이어지고 있는 사태와 파동은 정권의 위기를 가져왔고 나라의 명운을 혼돈에 빠트리고 있다. 6·25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서, 피와 땀을 흘려 이룩해 놓은 소중한 국부가 한순간에 날아 갈 절박한 상실의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 우리는 천길만길 낭떠러지에 간신히 매달린 형국이다.

선진국 후진국 가리지 않고, 세계는 분초를 다투며 보다 풍요한 미래를 위해 맹렬한 기세로 줄달음질 치고 있는데 유독 우리만 예외다. 나아가기는 커녕 뒷걸음 질 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가늠하는 모든 지표는 일제히 적신호를 켜고 있다. 건국이후 처음 겪는 미증유의 사태다.

그럼에도 좀체 나아질 기미는 없다. 정권의 위기관리 능력에는 한계가 보이고, 정치인들은 오로지 권력잡기에, 노사는 자기몫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근로자들의 파업은 그치지 않고, 기업은 해외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그럼에도 3월의 대학가는 잔뜩 벼르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가져온 근검노작의 기풍은 어느새 사라졌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권은 유한하다. 한보사태의 배후에 대통령의 차남이 있다거니 없다거니 하는 것은 시간적 문제일 뿐이다. 지금이 아니라도 해결의 기회는 있다. 그러나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한번 곤두박질 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복원력을 상실한 배와 같다. 또다시 기회는 없다.

곳곳에서 「나라를 살려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한국일보 특별취재팀이 만난 사회지도급 인사들은 한결같이 현시국을 미증유의 난국으로 진단했다.

국민적 에너지를 「나라 살리기」에 결집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금 이나라는 중심이 없는 나라가 돼 버렸다』(남덕우·전 국무총리), 『나라의 저력이 전반적으로 바닥 나 있는 상황이다』(김윤환·고려대 명예교수), 『지금은 정권의 몰락차원이 아니라 나라의 근본이 무너지는 국가적 위기이다』(한승헌·변호사) 『국민은 절망감과 허탈감에 빠져 있다』(박경리·소설가)고 진단했다.

사회지도급 인사들의 시국인식은 우선 나라를 살려놓고 봐야한다는 절박함으로 이어진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를 따질 만큼 한가롭지가 않다는 것이다. 처방도 한결같다.

고흥문 전 국회부의장은 『설사 정부가 무능하다 하더라도 위기의 순간에 국민이 정부를 배척하면 함께 죽는다』고 말했다. 채문식 전 국회의장은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국민이 저력을 결집해도 빨라야 3년후에야 복원력을 되찾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한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지금의 고난은 정부의 힘만으로 풀 수 없기 때문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힘을 합쳐야 한다』며 국민적 단합을 요청했다. 최호진 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은 『가진 사람이나 안가진 사람들이나 절제해야 한다』면서 『모두가 정신을 차려 건전한 사고가 자리잡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한다. 언제까지 국가적 에너지를 헛되이 소모할 수만은 없다. 책임소재를 묻기위해 여력을 낭비하거나, 참담하다고 한숨만 쉬어서도 안된다. 위기에 처한 나라를 우선 살려놓고 봐야 한다. 만인의 만인을 향한 투쟁은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냉소주의도 버려야 한다. 배가 침몰해 버리면 선장도 갑판장도 선원도 없다.

우리의 공동체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후손들의 것이기도 하다. 모두가 다시한번 「하면 된다」는 정신으로 국가적 에너지를 모아야 한다.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슬기로운 민족이다.<특별취재팀>

◇도움말 주신 분들

(가나다 순)

▲고흥문(전 국회부의장)

▲김관석(원로목사)

▲김윤환(고려대 명예교수)

▲남덕우(전 국무총리)

▲노재봉(전 국무총리)

▲박경리(소설가)

▲변형윤(서울대 명예교수)

▲윤형원(한국교총 회장)

▲이호철(소설가)

▲채문식(전 국회의장)

▲최호진(한국경제학회 명예회장)

▲한승헌(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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