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의 한보비리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됐다. 홍인길 황병태 의원, 김우석 내무장관 등 김영삼 대통령 측근들의 구속이 불가피해지자 여권은 대통령의 심정을 읍참마속의 고사에 비유했다.김대통령의 「성역없는 수사지시」에도 불구하고 지난 19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오히려 의혹만 부풀렸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급기야 검찰은 21일 야당의원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소환, 철야조사를 했고 여권은 그를 국회국정조사의 증인으로 출석시키는 문제까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깃털」만 있고 「몸통」은 없는 수사내용이 과연 읍참마속의 결과인지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참담한 심정을 뒤늦게나마 의식한듯 하다.
읍참마속의 고사는 제갈공명이 총애하던 마속을 군령을 어긴 죄로 참수한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 고사는 대의명분을 위해 측근을 희생시키는 좁은 의미로만 해석하는 것은 역사를 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마속은 촉군의 중요 보급로인 가정을 지키라는 군령을 어기고 위의 사마중달과 싸우다 대패했다. 공명은 유능한 인재를 버리는 것은 큰 손실이라는 주위의 간청에도 마속의 참수를 명령했다. 마속이 형장으로 끌려가자 공명은 『진짜 죄는 나에게 있다. 그러나 내 목을 칠 수는 없다. 살아서 촉을 위해 그대의 죽음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통곡했다고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공명이 마속의 목을 벤 것은 군령을 어겨 국가를 위기에 빠뜨린 잘못에 대한 단죄에만 있지 않은 것이다. 마속의 성장을 기쁘게 생각한 나머지 잠시 총명이 흐려져 미숙한 그에게 대임을 맡긴 자신의 잘못에 대한 자책과 후회의 의미가 더 크다.
마속의 목이 걸리자 모든 군사도 눈시울을 붉혔다는 일화는 공명의 사심없는 자세를 이해했기 때문이리라. 한보와 관련,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현철씨에 대한 의혹이 말끔하게 벗겨지지 않는 한 이반된 민심은 결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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