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억원의 예산을 들여 2성 장군급 이상의 관용차를 뉴그랜저급으로 상향조정하는 반면, 전방의 난방시간과 차량운행을 제한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이 때에 이런 행동을 하다니 장성들이 지각있는 집단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한국군 장성에게는 운전병과 관용차가 마치 사유물처럼 따로 지정돼 있다. 이 차를 타고 사우나도 가고, 성묘도 다녀온다. 이러한 귀족대우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다.미국 장성들을 보자. 그들은 개인별로 지정된 관용차가 없다. 관용차는 수송부에서 일괄 관리하면서 공용목적으로만 배당해준다. 워싱턴 DC에서 3성장군과 식사를 한 일이 있다. 그는 폐차직전으로 보이는 색바랜 승합차를 손수 몰고 왔다. 사적인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군 장성들의 사고방식대로라면 미국 장성의 사기는 바닥권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회에서 최고의 존경을 받는다. 그들은 사기의 기준을 존경받는데 둔다.
장성들은 무슨 명목으로 어떤 혜택을 받을 것인가에 쏠린 관심을, 21세기 한국군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에 돌려주기 바란다. 그들은 할 일이 많다. 첫째, 대북억제력이 없는 군대를 재고해야 한다. 북한은 단시일내에 한국군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략군을 가꾸고 있다. 반면 한국군은 위력없는 재래식 무기만 사재고 있다. 전술무기는 결코 전략무기의 적수가 될 수 없다.
둘째, 전략부재의 군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한국군은 아직도 「보병이 왕」이라는 1차대전 이전의 개념을 가지고 보병을 주요 전투수단으로 간주하고 있기때문에 57만의 육군을 가지고도 전방을 지킬 수 없다. 전세계를 호령하는 미 육군은 50만이다. 영국이 11만, 이스라엘 13만, 일본 15만, 이탈리아 17만, 독일과 프랑스가 각각 20만명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육군보다 약하다 할 수 있는가. 소총병을 250㎞전선에 일렬로 깔아놓는 것은 전략축에도 낄 수 없다.
셋째, 중복조직과 군살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해주기 바란다. 육해공군 각군이 이기주의를 탈피하지 못해 같은 조직을 중복운용하고 있다. 조직의 크기를 권위의 상징으로 여긴 나머지 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유발하고 신속대응 능력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다.
넷째, 연간 15조원의 국방비와 200조원이 넘는 누적자산을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현대적 국방관리 인프라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미국군은 미국 최고의 경영학자를 4성 장군 이상의 대우를 받는 관리차관보로 초빙해 국방관리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일반사회에 현대적인 경영관리 기법을 파급시켜왔다. 한국군에는 제도개선을 위한 고급관리가 전혀 없다. 권한을 행사하려는 사람은 많고,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사람은 없다.
이 네가지는 장성들이 너나없이 고민해야 할 시급한 과제다.<군사평론가>군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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