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22일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미간 최우선 공동목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 핵 위협 제거를 위한 4자회담 설명회가 내달 5일 열리게 됐다는 것을 밝히고 한국 정부가 대북경수로 지원과 식량지원을 계속할 것을 요망했다. 클린턴 2기의 한반도 문제 접근을 위한 기본방향을 간추린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한미 양국은 2자관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남북한 및 미국간의 3자관계이다. 그러나 올브라이트는 짧은 방문이었지만 한반도사정을 직접 대하면서 2자관계가 3자관계로 전환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 어떤 것인지를 인식하는 기회가 됐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이임한 제임스 레이니 전 주한 미 대사는 고별회견에서 한반도에서의 미국의 우방은 한국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강조한바 있고 미 국무부의 공식성명에서도 미국의 대한반도정책은 한미 양국의 쌍무관계만 존재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간간이 흘러나오는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정보들에 따르면 2자관계가 미·남·북한의 3자관계로 전환됐다고 한다. 혹자는 이런 3자관계의 전환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발목을 잡아 한미간 외교마찰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아직 미국의 공식적인 대한반도정책은 레이니 전 대사의 발언처럼 2자관계이고 그 틀위에서 한반도의 안정과 남북관계 진전이 협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3자관계로 변환하더라도 한반도 안정과 남북관계 진전이라는 뼈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다만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한반도 안정개념의 정립에 관한 것인데 양국은 이 문제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거 소련제국이 무너지기 전 미국의 국제안정개념에는 분명히 공산독재의 봉쇄내지 파괴가 들어 있었다. 레이건은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말했고 미국의 외교정책은 공산주의 제어가 근간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었다. 소련공산주의가 망한 지금 미국으로선 북한의 공산주의는 별로 위험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반도로서는 아직 김정일공산독재가 이 지역안정의 최대의 적으로 남아있다. 북한은 그 결과 기아와 몰인권사태의 불안정에 처해 있고 남한은 전쟁공포를 느낀다. 소련이 무너졌고 중국이 개방됐다는 이유로 북한정권의 위험성을 대수롭지 않게 보고 한국의 양보를 깔고 3자관계 진전을 서두른다면 이는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한미 양국은 대북한 식량지원, 경수로 건설등 많은 대북협력사항을 합의해 두고 있는데 이런 약속들은 한반도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 것이었다. 때문에 양국은 실질적인 3자관계진행이 한반도안정에 해를 끼치는 것이면 이를 중단할 수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를 피부로 경험한바 있는 올브라이트 국무의 이번 서울방문을 계기로 한반도 3자관계의 정립방향이 올바르게 서게 될 것을 믿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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