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악화… 유학·대외활동 중지” 등 제시/“양보할수록 더 궁지” 강경대응 수습론도김현철씨 문제를 둘러싼 여권핵심부의 고뇌가 점점 깊어가고 있다. 고뇌의 가장 큰 뿌리는 국민의 불신이다. 현철씨 문제에 대한 여권핵심부의 해법찾기가 쉽지 않은 것은 국민들이 현철씨 자신의 말이나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상황인식의 차이도 해법찾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 최근들어 부쩍 잦아진 민주계 모임에서 두갈래의 상반된 견해가 제기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여권핵심부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양론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기는 하다. 국민불신에 대해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라고 항변하는 측은 더이상 할 게 없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의혹을 제기하는 쪽에서 증거를 대야지, 하지않은 쪽에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검찰의 수사선에서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수습책이 제기된다.
여기에는 양보할수록 점점 궁지에 몰린다는 전략적 판단도 한몫하고 있다. 야권의 요구대로 현철씨가 국정조사특위에 증인으로 나갈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한다는 판단이다. 증명되지 않은 각종 설과 루머를 들이대며 마구잡이식 공세로 나올 게 뻔한데,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 봤자 의혹만 부풀리는 꼴이 된다는 얘기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외국으로 내보내는 방식도 의혹을 자인하는 셈이며 「해외도피」라는 또다른 비난을 사게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국민불신의 본질에 주목하는 쪽은 자연 다른 해법을 제시한다. 이들이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다. 『국민들은 이런저런 의혹에 대한 근거를 갖고있지 않다. 다만 그럴 것이라고 믿고있다. 그 대부분은 현철씨가 대통령의 아들로서 국정을 좌지우지한다는, 지난 4년간의 누적된 소문에 바탕하고 있다. 그래서 한보사태와 무관하다는 말도 믿지않는다. 그러므로 소문의 근원자체에 눈길을 돌려야 한다. 현철씨가 소문대로 국정에 관여해 왔다면 한보사태의 연루여부와 상관없이 어떤 것에 대해서도 정당성을 주장하기 어렵게 된다. 관여하지 않았다해도 소문의 근원을 없애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관여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중학동 개인사무실 폐쇄와 한국유엔청년협회(UNYA) 회장 사퇴 등을 통해 일체의 대외활동을 중지하고 주변을 완전정리해야 한다. 국정조사특위에도 출석해야 한다.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되, 인격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위 마지막 날 출석토록 한다. 필요하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 다만 그 시기는 파문이 일단락되는 시점이어야 한다』.
현재의 난국이 어느 선에서 통제 가능한 수준인가에 대한 여권핵심부의 시각차도 현철씨 문제해결의 변수가 된다. 강력한 대응을 통한 사태해결을 주장하는 측은 현철씨 문제를 검찰조사로 매듭짓고, 민주계 핵심세력이 전면에 나서 사태를 수습하고 민심을 추스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국민이 원하는 길로 밖에 갈 수 없다』는 쪽은 현 국면은 끝내고 싶다고 해서 끝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닐 뿐더러, 이 문제에 대한 완전해결 없이는 어떤 시국수습 방안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갖고있다. 어느 쪽으로 가닥을 잡든 현철씨 문제해결은 김대통령의 의지와 현철씨 자신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그때까지 여권핵심부는 고뇌를 거듭할 수 밖에 없을 것같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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